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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핑크빛 플라스틱 세상 그리고 현실

by 아일야블로그 2024.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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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랜드의 세계관

영화 <바비>는 인형의 세계와 인간의 현실 세계가 공존하는 세계관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형 <바비>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속에서 바비는 여자 인형, 그리고 남자 인형은 켄이라고 불립니다. 태초의 바비는 백인에 금발 머리, 푸른 눈으로 생상되었고, 그런 전형적인 유형의 바비의 대표가 바로 마고 로비가 맡은 바비입니다. 하지만 바비 랜드에는 그간 마텔사에서 생산해낸 다양한 바비들이 모여있습니다. 물론 캔도 있습니다. 바비 인형이 아이들의 섭식장애를 불러 일으키고, 백인 우월주의, 여성의 성 상품화를 불러 온다는 여러 비난 속에서 바비인형은 다양한 인종, 직업, 나이를 반영해 생산되었습니다. 그래서 바비 월드에는 아주 다양한 바비인형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판매가 중단 되었던 임신 중인 바비도 말입니다. 그런데 캔은 바비인형이 있어서 그저 같이 존재하기만 합니다. 바비 랜드에서 캔(남성)은 바비를 생산하기 위해 짝지어진 존재일 뿐이지, 그에게 다른 역할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우리가 흔히 아는 어른의 육체적인 사랑도 없습니다. 왜냐면 마텔사에서 생산한 인형에게 질도, 자궁도, 남성의 성기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저 만나면 인사하고, 웃는 사이입니다. 바비 랜드에서 바비들은 대통령이고, 법관이고, 작가이고, 각자의 역할이 있습니다. 오직 전형적인 바비(마고 로비)만 빼고 말입니다. 최초로 만들어 졌으니, 예쁘기만 하면 장땡이었다는 뜻이라 생각합니다.

 

사건의 시작은 죽음과 셀룰라이트였다.

플라스틱 인형으로 만들어져, 노화, 죽음, 셀룰라이트와는 인연이 없던 바비(마고 로비)가 갑자기 죽음을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셀룰라이트를 걱정하고, 결정적으로 구두를 신기위해 잔뜩 올라가 있던 발이 땅에 닿아 버렸습니다. 원인은 바비(전형적인 바비 인형 타입)을 소유한 사람이 죽음과 셀룰라이트를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즉 전형적 바비의 대표 격인 바비(마고 로비)가 알 수 없는 연결고리를 통해서 그 감정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바비(마고 로비)는 셀룰라이트를 없애고, 전형적인 바비인형의 발모양을 되찾기 위해 인간의 현재 세계로 모험을 떠납니다. 전형적인 바비를 사랑하는 캔도 바비(마고 로비)의 여정에 함께 합니다. 그들은 너무나도 인형스러운 복장에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고, 상스러운 욕도 듣고, 매운맛 인간 세상을 경험합니다. 캔은 바비(마고 로비)의 텔라파시 타임에 밖을 돌아다니며 가부장주의에 취해옵니다. 항상 바비(마고 로비)가 있었기에, 해변가에 있는 것 자체로, 바비가 인사를 해 줘야만 존재 가치가 있었던 캔은 자신에게 직접 말을 걸고, 친절을 베푸는 인간 세상에 매료를 느끼고, 그 모든 것이 남성다움과 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바비는 눈을 감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감정을 따라 자신을 불러난 존재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같은 패미니즘에 점철된 여학생에게 독설을 듣습니다. 상처를 입은 바비.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바비가 인간 세상에 온 것을 알게 된 메텔사에서는 바비를 잡아 원래 세상에 돌려보내려 합니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을 만들어낸 회사에 갔다가 바비는 쫓기는 신세가 되고, 자신을 알아본 글로리아에게 도움을 받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죽음이라는 우울과 셀룰라이트라는 무시무시한 것을 전달한 이가 그녀의 딸 샤샤가 아니라 엄마인 글로리아라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바비랜드가 캔덤이 된 일에 대해여.

글로리아는 바비를 만나자 이내 어린 시절의 즐거움을 찾고 바비를 따라 바비 랜드에 갑니다. 여성이 얼마나 완벽하고 아름답고 행복한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바비 랜드로 말입니다. 그런데 글로리아가 바비랜드에 도착하자 그곳은 캔덤(캔의 킹덤을 줄여서)이 되어 있었고 가부장주의가 퍼져 있었고, 그것에 면역이 없던 바비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주체성을 잃고 남성의 노리개가 됩니다. 전형저인 바비(마고 로비)는 글로리아와 샤샤 등의 도움을 받아 원래의 바비랜드를 수복합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어떤 직업으로, 완벽한 여성으로 그들 스스로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가부장주의를 통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과시하며, 전형적 바비(마고 로비)의 관심을 얻고자 했던 캔(라이언 고슬링)도 자기 자신을 알아가며 바비랜드의 모두와 공존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전형적 바비(마고 로비)는 자신이 더 이상 바비이길 원치 않는 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한 인간으로 자신을 알아가기 위한 여정을 떠납니다.

 

 

노래, 영상미가 뛰어났다고 평가 받는 작품

영화 <바비>는 바비인형을 갖고 놀았던 사람들의 꿈과 환상을 가시화 한 작품이라고 봐도 과어이 아닙니다. 영화 초반부에 보여주는 바비 랜드는 미술팀이 뼈를 갈아 넣어서 만들었구나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오브제도 아름답지만 그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색감입니다. 만화 적이면서도 실제 인물들과 괴리감이 없는 색감의 선택은 정말 센스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수 년 전부터 상영되는 거의 모든 영화는 색채 리터칭 과정을 거쳐서 시청자의 눈에 닿는다고 합니다. 즉 영화를 찍은 후 색채 리터칭이 아주 잘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영화는 약간의 뮤지컬 형식으로 캔의 노래를 들려줍니다. 영화 속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도 합니다. 그리고 각종 영화제에서 노래와 관련된 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재밌는 영화인가?

바비와 스페이스오디세이

너무 많은 의미와 상징을 부여는 자칫 난해함을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계 시장을 겨냥해 만든 것임에도 미국인들이 알아 볼 수 있는 무언가의 패러디는 타국의 사람들에게 수수께끼만 남긴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특별히 아름다운 무대, 조명, 그리고 그냥 지나가기엔 긴 시간 카메라가 머무른 장면들은 웬만하면 패러디라고 보셔도 무방하리라 생각합니다. 영화의 오프닝도, 바비와 캔이 달리는 거리도, 마텔 회사의 내부도 어떤 유명한 영화의 오마주였습니다. 오마주를 알아차린 분께는 분명 재밌는 장면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성적인 표현들이 많습니다. 특히 바비를 향한 인간들의 표현은 노골적이고 더럽기까지 합니다. 아마도 금발의 여자에 대한 미국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쁘기만 하고 머리가 빈 여성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과거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의 주제와 별개로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나 현상을 건드는 바람에 조금 산만한 느낌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 사회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서 영화를 따라가기 힘들었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특히 마고 로비! 대박! 

 

영화를 보러 가기 전, 바비 인형에 대해서 공부하고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바비 인형에 대한 미국내의 가치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 회사의 오너가 실제로 탈세 사건이 있었는지, 언제 타개하셨는지, 그로 인해서 영화 내에 표현되는 초대 회장의 모습은 영적인 존재이며, 그녀가 영화<바비> 세계관에서 창조주의 역할을 한다는 것도 영화를 보는 내내 끼워맞추기를 하면서 추측해야 했습니다. 사실 바비인형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 중 하나로서, 인형회사가 설립된 연도나 현재 어떤 인기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겠습니다. 그래서 영화<바비>를 재밌게 보기 위해서는 미국내의 바비 인형에 대한 위상을 알고, 인형 회사의 여러 스캔들을 숙지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분명 아는 만큼 재밌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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