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와 잡담이 가득합니다. 연람에 참고 바랍니다.>
재밌나요?
영화를 본 지 한 달이 다 돼 가는데 포스팅을 하는 입장에서 재미를 운운하는 것에 대해 약간의 어색함을 느낍니다. 영화의 90 퍼센트는 좀 지루하다고 볼 수 있고, 나머지 엔딩 10퍼센트가 박진감 있지 않았나 떠올려 봅니다. 전반부가 지루했던 이유는 아무래도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접했던 정보가 많아서였고, 가톨릭에서 1212 형상이라 불리는 악마를 잡는 방법이 이름을 알아내는 것인지라, 사실상 악마를 잡는 과정 자체가 지루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그렇다고 90퍼센트가 지루한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을 해 봅니다. 분명 미카엘라 수녀(전여빈)의 과거 이야기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깜짝 놀랄 만한 장면도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영화 <검은 수녀들>은 10년 전 개봉한 <검은 사제들>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검은 사제들>을 재밌게 보신 분은 재밌게 보실 수, 그럴 수 있지는 않습니다. 검은 사제들은 가톨릭에서 행해지는 구마 행위라는 전제가 있고, 그 틀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신부들이 구마를 합니다. 그래서 보는 내내 새로운 정보를 신기하게 받아들였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영화 <검은 수녀들>은 가톨릭의 수녀의 복장을 하고, 영화 내내 가톨릭에서 벗어난 일들을 행합니다. 마치 수녀가 아니라 마녀라도 된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영화 내내 유니아 수녀(송혜교)는 말합니다. 어차피 남들이 보기에 수녀와 무당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고. 과연 그럴까요? 천주교라는 종교의 사제와 무속 신앙의 무당이 같다? 대한민국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면 다들 동의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쩌면 오랫동안 검은 수녀들의 원고를 붙들고 작품을 만들던 작가님들의 머릿속에서 수녀와 무당이 같아진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귀신을 쫓는 일을 하는 의미에서 말입니다. <검은 사제들>에서 다 써먹은 예식에 대한 정보로 영화를 채울 수 없어서인지, <검은 수녀들>은 다양한 미신을 수녀가 접하고, 공유하고 있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타로카드와, 법사의 주술과 북소리, 수녀의 퇴마의식, 돼지 대신 자신의 자궁을 써먹은 수녀까지. 너무 많은 것들이 섞여서, 1편에서 사제들이 가톨릭 의식으로 가톨릭에서 쫓던 1212 형상 중 하나를 퇴마 했다는 달성감을 영화 <검은 수녀들>은 주지 못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검은 수녀들이라기보다 수녀 옷 입은 잡탕 샤먼 같은 기분. 어쨌든 영화 <검은 수녀들>는 166만 명을 동원해 얼어붙은 영화시장에서 나름 선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선전엔 배우 송혜교 님의 파워도 있을 것이고, 또 시각적인 연결만 놓고 보면 재밌을 수도 있는 영화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쁜 여배우에게 담배를 피게 한 이유는 뭐야?
영화의 시작, 퇴마를 하기 위해 유니아 수녀(송혜교)가 등장합니다. 길게 담배 연기를 쏟아내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이 수녀는 성수로 짐작되는 물을 약수에 들고 가는 물통에 넣어 옵니다. 그리고 부마자에게 쏟아버립니다. 수녀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등장인데, 수녀님의 어투에 문동은의 향기가 느껴진 건 배우님 특유의 비음 때문일까요? 어쨌든 유이아 수녀는 영화 내내 담배를 피웁니다.. 그런데 사실 첫 등장과 마지막 흡연 말고는 크게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영화 <콘스탄틴>의 오마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좀 곤란합니다.. 영화 <콘스탄틴>의 주인공이 담배를 물고 다녔던 이유는 그가 폐암으로 죽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자기희생을 할 근거를 제공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영화 <검은 수녀들>에서 유니아 수녀(송혜교)가 등장하는 상당 부분에서 담배를 핀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냥 파격적인 수녀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아니면 그녀가 앓고 있는 자궁암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 사실 흡연은 여러 가지 질환과 암을 유발한다고는 하는데, 막상 자궁암과 담배를 연결 짓는 게 쉽지 않습니다. 어쨌든 유이나 수녀는 자신의 자궁에 생긴 문제로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영하의 엔딩에서처럼 12형상과 동반 죽음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정말 콘스탄틴처럼 흡연으로 인한 질병으로 주인공이 자기희생을 하게 되는 근거가 되는 것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본인이 실제로 흡연을 즐기시는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보는 내내 배우의 건강이 걱정 됐습니다. 차라리 흡연을 계속하는 설정을 굳이 영화에 장시간 노출 시켰다면, 나중에 등장하는 베드로 전서인지 뭔지 하는 성경 한 장을 찢어서 그걸로 담배를 말아 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12 형상을 잡기 위해 가톨릭의 보물인 성서를 어렵게 받아 와 놓고,, 제대로 쓰지도 않았던 것 같았는데, 이왕 할 거 다 떨어진 성서 한 장에 담배를 말아 피고, 성서에서 나는 연기가 마귀를 억눌렀다면, 배우님이 담배 피우는 설정이 훨씬 의미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진욱 님은 왜 나오셨을까?
극중에는 무속적인 능력, 현상들을 부정하는 바오로 신부(이진욱)가 등장합니다. 미카엘라가 과거 귀신을 보던 것을 바오로 신부의 치료로 극복하게 했다고. 그는 분명 유니아 수녀(송혜교)와 대척점에 서있는 역할이었습니다. 비과학적인 것을 혐오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마귀에 씐 아이를 본인이 맡겠다고 했지만 결국 그 또한 진짜 마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수녀는 받을 수 없는 성물을 받아오고, 수녀는 집행 할 수 없는 구마 이식을 시행한다는 이름과 권한을 그가 대신 받아 유이가 수녀(송혜교)에게 위임시켜 줍니다. 그리고 사라집니다. 적어도 그들이 믿는 신에게 기도라도 했으면 했는데, 편집상의 이유에서인지 무엇 때문인지 사라집니다. 그리고 유니아 수녀의 죽음을 기점으로, 퇴마에대해 부정을 하지 않는 신부가 된 것처럼 보입니다. 분명 등장 초반엔 미신을 믿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대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매개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귀신 들린 아이를 만나고 난 이후부터 역할이 사라져서 아쉬웠습니다.
포스터도, 정보도 주연은 송혜교 님인데, 영화엔 다른 캐릭터 이야기만....
영화의 주연은 분명 유니아 수녀(송혜교)입니다. 홍보도 그렇게 됐고, 포스터도 그렇게 나와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야기의 흐름을 보면 주인공은 그녀가 아닌 미카엘라 수녀(전여빈)입니다. 그녀가 자신의 스승이 될 사람 유니아 수녀(송혜교)를 만나서, 수녀의 몸으로 퇴마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검은 사제와 수녀가 걷는 길을 가게 된다는 이야기. 그래서 영화에는 유니아 수녀의 과거는 대사로 잠깐잠깐 흘리고, 미카엘라 수녀의 이야기가 씬으로 화면을 채웁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사람도 유니아 수녀고, 그녀가 검은 사제인 최 신부(강동원)와 만나며, 퇴마사로의 삶을 살아 갈 것을 암시합니다.
하지만 애초에 알고 있었던 주인공은 유이가 수녀(송혜교) 그녀에게 얽힌 이야기를 찾아보자면 그녀는 담배를 피우고,, 전직 수녀이자 현직 무당인 친구가 있고, 귀신의 소리를 듣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자궁에 병이 들어 곧 죽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유니아 수녀(송혜교)가 가미긴이란 악마를 자신의 자궁에 넣고 함께 불에 들어가 죽는 것을 택하는 것을 볼 때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녀는 지금까지 그런 방법으로 퇴마를 해서 자궁에 병이 든 것인가. 아니면 정말 흡연 때문인가. 그도 아니면 병과 흡연은 별개이고, 그녀는 다른 이유로 죽음을 기다리는 상태인가. 콘스탄틴처럼 흡연과 폐암이라는 단순한 고리가 아니라서 그런지 많은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퇴마의 기본은 이름을 밝히기
가톨릭에서 전해오는 퇴마의 기본은 악마의 이름을 아는 것입니다. 이름을 알면 명령을 할 수 있는데, 그 명령이 어떤 것이든 구속력을 갖는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면 이름을 부르고 돼지에 들어가라고 하면 그 잘난 악마도 어김없이 돼지에 들어가 죽으니 말입니다. 이런 개념은 일본의 만화 <나츠메 유인장>에도 표현 되어 있습니다. 이름을 아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공포영화라서 그런지! 음향이 커서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검은 수녀들에 나오는 악마 이름이 뭐야? 가미긴. 가미긴이야. 라는 질문을 본 것 같습니다. 영화가 끝이 났는데도 이름을 밝혀야 하다니, 어쩌면 수녀님들이 퇴마를 실패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