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와 잡담이 가득합니다. 연람에 참고 바랍니다.>
본 영화로 게이샤의 존재만 아시고, 게이샤를 공부하지는 마십시오.
영화 <게이샤의 추억>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일본의 예인 게이샤임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쓰인 소설이기도 합니다. 소설을 쓴 아서 골드는 1970년대 당대 최고의 게이샤로 이름 높았던 이와사키 미네코라는 유명 게이샤의 인생을 참고하여 소설을 집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소설은 제가 보지 못해서 말은 덧붙일 수는 없지만 영화에서 묘사된 게이샤의 ‘이즈아게’라는 의식이나 높은 신발의 모습이 게이샤의 모습이 아니라 일본의 유녀(몸을 파는 계층의 여성들)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개를 갸웃 하게 만들었던 것은 게이샤 세계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지는 가치, ‘비밀 엄수’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비밀 엄수는 게이샤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 게이샤라는 것 자체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어쨌든 그런 측면에서 <게이샤의 추억>이 과연 게이샤의 동의를 얻어서 만들어진 소설인가 의아했습니다. 실제로 게이샤의 추억이 소설로 출판되자 미네코는 격분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소송까지 제기 했다고 하니, 영화를 보시면서 게이샤라는 집단을 이해하시는 것은 잘못된 정보를 쌓는 일이라 생각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영화는 영화일 뿐, 사실로, 진실로, 지식으로 보지 말자.
게이샤의 회고록이 아니라 게이샤라는 존재에 대한 상상
영화 <게이샤의 추억>은 한국어로 번역된 것이고, 원작의 제목은 Memoirs of A Geisha입니다. 굳이 직역을 하자면 ‘한 게이샤의 회고록’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목은 상당히 회고록이라는 말로 사실이 기반된 소설 같지만 한 게이샤를 보고 영감을 받아 쓴 소설이니, 회고와는 전혀 상관없는 소설이고, 이를 기반으로 찍은 영화 또한 사실과는 동떨어져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사실과 무관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영화 자체가 일본 문화와 너무 동 떨어져 있어서입니다. 영화를 찍는 제작진도 본 영화의 무대를 일본의 어느 도시로 생각하고 있지 않고 제작했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영화를 제작할 당시, 장쯔이가 굽이 아주 높은 신을 신고 춤을 추는 장면에서 많은 일본 무용 전문가들이 제작에 참여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본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전혀 일본스럽지도 않고, 일본에서 결코 하지 않는 것들을 일본의 것이라 말하는 것들에 불편함을 느껴서일 것입니다. 도쿄에서는 이런 춤을 추지 않습니다!라는! 말에 영화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 영화는 도쿄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상상 속의 어느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 말을 듣고 누가 남아 있을 수 있었겠습니까. 사실 우리도 봉산탈춤 계승자로 할리우드에 봉산탈춤 자문하러 갔더니, 봉산탈춤 쓴 현대무용을 하는 것을 보면, 봉산탈춤 계승자로 그곳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봉산탈춤 계승자로 탈춤이 변색되고 왜곡되는 것을 말리지 못하고 지켜만 볼 바에 그냥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택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점을 싹! 정리하고 나면, 영화를 즐기실 준비가 되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것은 거의 없다. 여러 나라의 아시아인이 영어를 하며 아시아틱함과 게이샤라는 이름의 유녀가 동양의 에로틱을 표현하고 있다.
남자에게 몸을 팔지만 순수는 팔지 않는다.
영화 <게이샤의 추억>은 파란 눈을 가진 어린 소녀가 게이샤가 되어가는 과정과 게이샤가 된 이후 어릴 적 자신에게 빙수를 사줬던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와 사랑을 이루는 과정이 담긴 영화입니다. 엄청난 연상취향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소녀의 입장에서는 파란 눈의 동양인인 자신이 괴물 취급을 당하고 움츠려 있는데, 다가와 맛있는 빙수를 사준 어른이 마음에 깊이 남았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소녀는 자신의 이상한 눈에도 물구하고 자신을 거두워 준 선배 게이샤를 어머니로 여기며, 게이샤가 되기 위해 열심을 다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첫날 잠을 비싸게 팔아 선배 게이샤에게 도움이 되려 합니다.. 미즈아게의 의식 이후 정식 게이샤가 된 주인공 사유리, 사교계의 꽃으로 여러 사람에게 구애를 받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기업가나 남작 등의 구애를 거절하고 마음속 사랑을 지켜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곧 전쟁이 터지고 사유리는 시골 마을에서 염색 일을 하며 지냈습니다. 전쟁이 잠잠해 지고 사유리를 찾아온 사람은 사유리가 기다리던 사람이 아닌 노부. 사교계의 꽃이었던 사유리의 도움을 받아 미국과의 사업을 진행하려 합니다. 그렇게 다시 사교계로 돌아간 사유리는 그곳에서 회장과 다시 만나게 됩니다. 펌킨의 방해로 회장과 잠시 오해가 생기기도 하지만 회장이 다시 사유리를 찾아오며 둘은 함께 하게 됩니다.
시각적으로 아름다웠던 영화
영화 <게이샤의 추억>은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게이샤인지 유녀인지 알수 없는 모호한 옷을 입고 나올 때도 있지만 그래도 아름답습니다. 서양 사람들이 상상하는 동양의 아름다운 색채란 이런 것이구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영화 <게이샤의 추억>은 의상과 미술, 촬영 분야에 다수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 OST도 아름답습니다. 63회 골든 글로브에서 음악상의 수상하기 까지 했습니다. 눈과 귀가 즐거운 상상 속 세계의 영화를 보시고 싶으신 분에게 영화를 추천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