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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막이 내릴 때(2020),가족의 인연에 대한 고찰

by 아일야블로그 2024.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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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를 가득 포함하고 있으니 연람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영화의 형식에 진하게 묻어나는 소설의 흔적 

영화 <기도의 막이 내리 때>는 일본의 유명 추리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의 10번째 이야기를 영화한 작품입니다. 이러한 사전 정보를 전혀 모르고 영화를 보게 되면, 영화의 시작 자체가 크게 2번의 전반부로 나눠져 있는 것과 형사 가가의 등장에 약간은 어색한 기분을 느끼실 수 있으라 생각합니다. 어디선가 유명하지만 본 적 없는 어떤 인물이 가가형사라고 등자 하는 모습이 영화의 전반부 분위기와 잘 붙어 보이지는 않는 기분을 얻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영화라고 명명하기보다는 소설을 시작화했다는 기분이 많이 듭니다. 택스트로 소설의 한 부분을 나타내거나, 전지적 시점의 작가의 평이 적힌 텍스트가 영화의 전반부를 채우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1985년 어떤 한 여인이 술집 종업원으로 취업하기 위해 마담에게 면접을 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또 한참 세월이 흐르고, 그 여인이 어떤 남자와 친근한 관계가 된 것을 이야기해 줍니다. 그리고 도 시간이 한참 지나 그녀가 심근경색으로 죽었고, 그녀의 남자였던 인물과 연락이 끊겼고, 그녀의 유골을 인수받을 인물, 가가 형사가 나타납니다. 그렇게 어머니를 잃은 가가 형사의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지만 영화는 새로운 살인 사건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살인사건의 이야기를 진행하는 사람은 전분부에는 가가 형사가 아니라 가가형사의 사촌동생으로 경시청에서 일하는 마츠미야 유헤이 형사입니다. 소설이라는 장르 특유의 복선을 주워서 한 작품에 넣다 보니 영화의 시작이 3번 있어 보이는 이상한 기분을 느끼게 한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또 다른 심리 수사극과는 다르게 기도의 막이 내리는 때는 일본의 지형지물일 이용한 단서를 흘려 놓기도 합니다. 또  제목의 '막이 내린다'의 이미지와 상응하기라도 하듯, 작품 속 주인공 즉 사건을 일으킨 범인이 연극과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는데, 다분히 소설적인 배려가 보이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기도는 살인자가 평범한 인생을 위장하기 위한 것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는 여자와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고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려 사건을 조사합니다. 그리고 그 수사팀에 소속된 형사 마츠미야는 수사의 방향을 유도하는 발상의 전환을 하며 사건의 진상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사촌 형인 가가에게 사건의 조언을 듣기도 합니다. 본청에 있다가 어떤 이유로 변두리 경찰서에 가서 형사일을 하고 있는 가가. 그런데 가가는 마츠미야의 이야기를 듣던 중 가가는 마츠미야가 맡은 사건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동거했던 남자의 흔적을 발견하고 맙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달력에 달별로 도쿄에 있는 다리 이름을 기록해 놓은 것입니다. 사실 가가가 본청에서 변두리 경찰서로 갔던 것은 어머니의 사실적 동거남을 찾고 싶어서였습니다. 가가 형사가 어머니의 동거남을 찾고 싶었던 이유는 그를 어머니의 살인범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저 그에게 혹시 나라도 묻어 있을지 모르는 어머니의 흔적을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살아생전 자신에 대해서, 가족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그를 통해서 알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런데 사촌이 물고 온 사건은 결코 자신과 무관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피살당한 여자가 머물던 장소에서 도쿄의 다리의 이름이 적힌 달력이 발견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피살당한 여성은 칸사이 지방에 있던 사람. 그녀는 한 인물을 만나러 도쿄에 여행하듯 도쿄를 찾은 것이었습니다. 그녀가 찾아온 인물은  피살당한 여성의 친구로, 도쿄의 연극 무대에서 연출을 담당하고 있는 아사이  히로미. 그런데 가가도 과거 만난 적이 있는 여성이었습니다. 자신의 검도장에 배우지망생들과 견학을 온 것이었습니다. 가가는 그녀의 고향에 찾아가 그녀의 가족 이야기를 듣습니다. 살해당한 친구는 사실 노인 보호센터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그곳에서 아사이의 엄마를 만났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사실을 알리러 아사이의 연극이 초연되는 날 그녀를 찾아갔던 것. 그런 그녀가 죽었으니 모두 아사이를 의심하지만 아사이는 그 시간에 공연에 매달려 있었고 아사이는 결코 자신을 찾아온 친구를 죽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가가는 계속 그녀가 걸렸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고향에서 듣게 된 소식. 그녀의 아버지는 높은 건물에서 뛰어내려 죽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뻥이었습니다. 그렇게 가가는 시건에서 자신이 분명한 관련자라는 것을 알고, 사건을 다시 되짚어 봅니다. 그리고 불에 타 죽은 시체가 어쩌면 아사이의 아버지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이야기가 맞아떨어집니다. 왜 어머니의 집에 있던 달력이 살해당한 사람의 집에서 발견이 되었는가. 왜 아사이가 자신을 찾아왔는가? 아사이는 사실 불에 타 죽은 사람의 딸이고, 그는 가가의 어머니와 한동안 살림을 차려 살던 사람이었습니다. 아사이는 아버지가 사귀던 여자의 아들을 보러 와서 그의 모습 속에 비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본 것입니다. 사실 아사이는 아버지와 공공장소에서 만나지 못합니다. 어머니가 사채를 끌어 쓰고 집을 나간 이후로 빚독촉에 시달리던 아사이의 아버지와 그녀는 고향을 벗어나 떠돌게 되고 , 딸을 살리기 위해 아버지는 그녀를 보육원이나 시설에 맡기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합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이상한 눈빛을 알아본 아사이는 자신을 사 준다는 남자를 찾아가고, 그에게 강간당할 위협을 겪다가 어린 아사이가 그를 죽이고 맙니다. 이에 그녀의 아버지는 아사이를 대신해서 시체를 처리해 주고 자신이 죽은 것으로 위장하고, 자신은 죽은 남자의 인생을 대신 살기로 합니다. 그래서 둘은 만나면 안 됩니다. 딸은 살인, 아버지는 시체 훼손 및 유기자의 범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사이의 선생님을 죽인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자신이 살아 있는 것을 알아본 아사이의 동창을 죽였고, 더 이상 이렇게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분신자살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불에 탄 시체는 경부압박질식사 이후 불태워진 것. 이는 자살이 아니라는 뜻. 사실 아버지를 진짜 죽음으로 이끈 것은 그녀의 딸 아사이였습니다. 아사이는 아버지가 과거했던 말을 떠올렸습니다. 살이 타 죽는 것 따윈 질색이다. 그래서 아버지가 증거 인멸을 위해 선택한 분신자살이라는 고통을 아버지가 스스로 감당하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사이는 자신의 손으로 아버지를 살아있는 지옥과 같은 고통에서 해방시켜 준 것입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게 드러나고, 자신을 잡으러 온 가가형사에게 아사이는 아버지가 가가 형사 앞에 남긴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것은 스스로 전달하지 못한 가가 형사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바로 가가가 그렇게 알고 싶었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영화는 가가 형사가 시골에서 다시 본청으로 돌아온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맺습니다.  

 

 

단순한 행복, 그것의 시작은 가족 

영화 <기도의 막이 내릴 때>는 가족 영화입니다. 가족의 평범한 행복을 깨는 기행적인 행위를 하는 일원. 하지만  그 속에서도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 가족이라는 이유로 연대 책임을 지고 함께 불행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영화 <기도의 막이 내릴 때>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은 아사이의 아버지의 소소한 바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딸인 아사이가 부디 행복하도록 그녀의 살인을 뒤집어쓰고, 그녀와 표면적인 인연을 끊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가 스스로 꿈을 찾아가는 것을 멀리서 지켜보며, 만족한 삶을 살아갑니다. 아버지는 생각합니다.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면 딸의 미래가 망가진다고. 그러니 그는 자신을 아사이의 아버지로 알아보는 사람을 살려 둘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는 사람을 죽이고, 저 스스로는 죽은 사람 연기를 지속해 갑니다. 하지만 연극의 시작은 엔딩을 갖고 있기에, 아사이의 평범한 행복을 위해 시작한 연극이자 평범한 사람에 대한 바람인 그의 기도는 이제 끝이 납니다. 그 끝에서 사이이가 사람을 죽인 일이 드러나게 됩니다. 영화 <기도의 막이 내릴 때>라는 제목에 걸맞은 이야기 전개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아사이 가족 외에도 가가 형사의 가족도 영화에서 주요한 메시지를 갖고 등장합니다. 가가의 어머니는 가가의 아버지가 가가의 어머니가 일하는 술집에 잠복 수사를 할 때 만난 사이였습니다.  그녀를 사랑했기에 그녀와 결혼했고 가가를 낳았지만 가가의 친족 가족이 그녀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또 가가의 아버지는 바빴습니다. 그래서 가가의 어머니는 불안했고, 자신이 어쩌면 아들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족을 떠난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이 앓고 있던 우울증이 아들과 남편의 집에 피해를 끼치기 전에 가장 사랑하고 지키고 싶은 존재들을 버린 것이었습니다. 너무 사랑해서 떠나고, 가족보다 돈을 사랑해서 떠나고. 하지만 그 사이 남겨진 사람들은 계속해서 알고 싶어 합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함께하지 못한 이유를. 그리고 돈을 우선으로 했던 이유를, 아무런 전언도 남기지 못한 이유를 평생 추궁하며 살아갑니다. 영화는 그런 모습을 비슷하게, 또 다르게 보여주며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시청자에게 던집니다.  하지만 가족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기엔 추리물의 무게와 연재 시리즈 특유의 가벼운 주요 정보 처리는 영화의 집중을 늦추지 않았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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