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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방도령, 기방의 꽃미남 도령과 열녀들

by 아일야블로그 2024.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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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방도령 포스터

 

 

 

기방도령은 실존 했을까?

영화에서처럼 기방도령이 실존 했을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기생의 신분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왜냐면 조선은 양반 여인을 제외한, 어머니의 신분으로 자녀의 신분을 정했기 때문입니다. 세종 때에는 노비종모법이라 하여 남자가 아무리 양인 혹은 지체 높은 양반이라 할지라도 종의 신분을 가진 여자(천민)과 혼인하여 출생한 아이는 어머니의 신분을 따른다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세조 때에 일천즉천(부모의 한쪽이 천하면 태어나는 모든 아이가 천하다) 제도 등 몇 번의 정도 변화가 있었지만 영조시기에 노비종모법 자체가 확립되어 조선의 대표 신분 질서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기생의 신분은 천민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생은 관청에 소속된 관기 였습니다. 그래서 관비의 일종인 기생이 낳은 아이는 관비가 됩니다. 만약 기생이 여아를 낳았다면, 엄마를 따라 기생을 했고, 남아를 낳았다면 관청에 소속된 관노가 되었던 것입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세종대왕이 아껴 썼던 손재주가 뛰어났던 남자, 장영실이 있습니다. 즉 기방도령은 없었다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생이 민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민간 기생)이라면 이야기는 다릅니다. 어머니가 민기인 경우는 태어난 이들은 아버지의 집에 걷어져 얼자, 얼녀로 키워졌습니다. 즉 중인에 준하는 신분을 얻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관기가 낳은 자녀도 어머니가 기적에서 빠져 나오게 하여, 자녀를 거두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자녀를 거두지 않고, 천민으로 두는 경우도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 저런 경우를 다 통틀어도 기방에서 여자에게 색을 파는 기방도령은 없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있었다고 한들 기록되지 않은 것 현대의 우리가 알 길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기생오라비는 과연 무엇일까요? 기생들의 오라버니, 기생의 오빠를 뜻하는 말일까요? 아닙니다. 기생오라비는 기생의 애인을 손님에게 숨겨 말할 때, 오라비(오빠, 즉 인척)이라 말하는 것이라 합니다. 기둥서방 정도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쾌하게 웃기기엔 씁쓸한 소재들이 많았다.

혹시 역사에 대해서 조애가 깊다면 영화를 보는 것이 불편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냥 웃기에는 모든 것이 씁쓸하였다 생각합니다. 주요 소재로 쓰였던 과부, 청상과부, 기생, 열녀비, 신분, 양반 등, 모두 마냥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씁쓸했습니다. 특히 주인공인 허색의 신분으로 양반인 해원을 사랑한다는 내용은 보는 내내 즐거움 보다는 불안함이 컸습니다. 영화 곳곳에 깔린 조선이라는 사회가 받아들이지 못할 신분과 본분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에서 촘촘하게 심어 놓은 코믹요소를 억지 미소를 짓게 한 것 같습니다. 엄감생신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양반 댁의 아가씨를 천민인 남자가 좋아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영화가 아예 신분제와 멀어진 영화라면 재미삼아 볼 수 있겠지만 영화는 철저하게 조선의 신분제 안에서 영화를 끝맺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너무 늦게 신분제의 현실이란 장벽을 시청자에게 던져 주는데, 사실 중학생 이하의 역사 수준이 아닌 이상, 영화를 순수하게 재밌게 보기엔 힘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어유희가 많았는데, 가령 원더걸스의 노래 Tell me를 가차(假借)한 태을미(太 乙美)는 바위에 개란 던지기 격으로 마음을 쏟아내는 허색의 모습이 안쓰럽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신분제의 벽에 갇히고 자신이 사랑을 이루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와 동시에 동생처럼 여겼던 기생이 자살하자 눈이 돌아버린 허색은 열녀비가 모여 있는 열녀문을 불태웁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고객이었던 여인들에게 미안함과 동정의 말을 내뱉습니다. 급발진입니다. 현대인의 눈에 열녀비든, 열녀문이든 쓸모없어 보이지만 그들에겐 그것이 수절에 대한 인정이고, 그녀들이 얻을 유일한 위안 이었는데, 너무 현대적 관점에 불 질러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지극히 조선시대인데, 영화의 관점은 지극히 현대적인지라 영화를 보는 내내 씁쓸했던 것 같습니다.

 

 

조선의 다양한 여자를 반영 해보려고 노력 했다.

영화에는 여러 부류의 여자가 등장합니다. 기방을 경영하는 여인, 난설. 기방의 기녀들. 수절 과부들. 양반에게 별당을 받아서 그곳에 기거하며, 한 사람만의 기생으로 사는 별당기생, 오빠의 과거 급제를 위해서 절에서 공덕을 올리는 양반 아가씨, 해원. 영화는 바쁘게 이들의 이야기를 현대인의 시점으로 담아냅니다. 기방을 경영하는 늙은 기생 난설은 몸정이 고파 산적같이 생긴 식객과 사실혼 관계를 맺고, 기방의 기녀들은 기녀의 일을 하고, 수절 과부들은 기방도령을 찾아 육체적 관계는 일절 원하지 않고, 정서적인 유대만을 원합니다. 어린 기생은 양반네 도령의 별당기생으로 팔려갔습니다. 그런데 사실 별당기생이란 개념은 기방도령처럼 만들어진 개념입니다. 사실 양반이 기생을 사는 일은 기적에서 빼주는 일입니다. 즉 영화에서 허색의 발작 버튼인 어린 기생은 존재 자체가 있을 수 없는 개념입니다. 그리고 원래 기생은 몸을 팔지 않습니다. 몸을 파는 기생은 창기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매체를 통해서 본 몸을 파는 기생들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것은 기생과 창기의 개념을 혼동한 미디어의 오류이거나, 연애에 있어서 주도적인 위치를 갖고 있던 기생의 모습일 것입니다. 즉 돈을 매개로 하지 않는 말 그대로 연애의 모습을 본 것이라 생각 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인 개념을 제쳐두고,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여인의 모습은 양반의 첩으로 사랑받지 못하고 쓸쓸히 죽어간 여자의 모습을 보여준 게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죽어서라도 명예를 얻고자 한 어린 기생의 욕망을 함축적으로 보여 준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여인, 해원. 그녀는 가난한 양반집의 딸로, 자신 때문에 바보가 된 오빠의 과거급제를 위해 절에 들어가 기도를 합니다. 사실 바보가 된 사람이 과거에 급제할 수 없는데, 절에 들어가 기도를 한다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영화 <기방도령>은 조선시대에 살았으리라 생각되는 비참한 여인들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발음 좋고 호흡 긴 배우들이 나옵니다.

영화의 초반, 중반부는 화려한 말장난이 계속됩니다. 그리고 후반부는 무겁습니다. 허구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다가 갑자기 현실적인 결말을 맺습니다. 해원은 아주 현실적으로 자신과 오빠를 모두 거둬 준다는 양반 도령과 혼인하고, 허색은 간신히 살아남아 그림쟁이가 됩니다. 영화의 구성은 크게 매력적이지 않지만 영화의 화면은 아름답습니다. 색채가 살아있고, 허색 역을 맡은 이준호 배우님의 화려하고 섹시한 모습에 눈이 즐거우시리라 생각합니다. 또 목소리가 깊고 발음이 선명한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나른 한 오후에 차가운 음료와 함께 나른함을 쫓는 데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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