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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구이(2013), 같이 뭘 해볼까요?

by 아일야블로그 2024.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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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와 잡담이 가득합니다. 연람에 참고 바랍니다.>

 

 

 

이름을 일단 이해하고 보면 이해가 쉬운 영화

도모구이(共喰)는 일본어로, ‘함께 좀먹다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동일 음으로 한자가 다른 도모구이(共食)와는 뜻이 다릅니다. 후자는 동족포식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전에 등록돼 있는 말은 후자인 도모구이(共食)입니다. 즉 작가는 동족포식이라는 소리 안에, ‘함께 좀먹다라는 뜻을 넣어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설이 원작인 작품 특유의 제목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영화 <도모구이(共喰)>의 뜻이 동족포식이 아니라 함께 좀 먹다인 것을 알고 보면 영화의 이해가 아주 쉽습니다. 하지만 동족포식의 의미로 보시면 이해가 아주 힘듭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동족포식의 의미를 완벽히 지웠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굳이 그런 단어를 선택했을 때는 두 단어의 의미를 모두 살려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도모구이(共喰)

함께 좀먹다. 영화는 파격적입니다. 아마도 원작이었던 소설이 파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상당히 성적인 장면들도, 폭력적인 장면들도 많이 나옵니다. 함께 좀먹어가는 모습을 자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아버지는 이 여자, 저 여자와 성관계를 하며, 관계시 폭력을 일삼는 남자였습니다. 주인공 토마는 아버지를 닮는 것이 무섭다고 하면서 아버지의 여자를 탐하고, 아버지처럼 관계 시 폭력을 행사하고 싶어 하는 들끓는 욕망을 갖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폭행으로 집을 나왔고, 뱃속의 둘째를 유산시킵니다. 그리고 마을 하류에서 물고기를 손질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데려온 여자는 아버지와 성관계를 하며 계속 얻어맞으면서도 헤실헤실 웃고 다닙니다. 그러다가 임신을 하며 때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임신을 하고 집을 나가버립니다. 그런데 후일 토마가 그녀를 찾아갔을 때, 임신한 몸으로 술을 팔고, 술을 마시며, 토마를 자신의 집에서 기다리라고 말합니다. 토마가 그 집에서 누워 있을 때, 그녀는 다짜고짜 옷을 벗고 토마에게 관계를 종용하며, 못 참겠거든 때려도 된다는 말을 합니다. 아버지로 인해 같이 좀먹힌 사람들은 토마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여자였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제대로 살기위해 아버지를 떠났지만 아들을 대신해 살인까지 할 정도로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커져 있었고, 아버지의 애인은 맞기 싫어서 다른 남자의 임신을 하고, 도망쳐 나와서도 술집을 하며, 옛 남자의 아들에게 관계를 종요니 말입니다. 그리고 토마는 다시 마을에 돌아옵니다. 그곳에서 자신의 여자 친구가 자신의 어머니를 대신해 생선가게를 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둘은 자연스럽게 한 이불을 덮고 자는데, 토마는 밀려오는 폭력성을 주체 못 하고 또다시 목을 조르려 하자 여자 친구에게 저지당하고, 손이 묶인 채, 여자 친구의 주도로 육체적 관계를 이어나갑니다. 그렇게 쇼와가 죽고, 새 아침이 옵니다.

 

 

 

 

도모구이(共食)

도모구이는 같은 종을 잡아먹는 행위를 말하는데, 주로 개구리가 자신보다 작은 개구리를 먹는 행위입니다. 조금 인류학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동족상잔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영화에서 동족포식, 혹은 동족상잔을 나타내는 내용을 본적 없습니다. 굳이 따져서 동족상잔이라는 모습을 꼬집어보자면 계속 반복해서 등장하는 일본의 왕에 대한 내용입니다. 일본은 서기력과 연호를 동시에 사용하는 나라입니다. 영화의 시작에도 연호를 사용해서 쇼와 왕이 살아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한참 지나서 주인공의 어머니가 아들을 대신해서 아버지를 죽였고 교도소에서 형을 살고 있을 때, 어쩌면 이것이 동족상잔, 혹은 동족포식의 내용이 아닌가 하는 부분이 잠깐 보입니다. 주인공 토마의 어머니는 쇼와가 일으킨 전쟁으로 팔을 잃었고, 정혼자와 헤어진 후, 최악의 남자를 만나 결혼했고, 지금처럼 살인자가 돼버렸습니다. 그녀의 팔을 뜯어 먹은 것도,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것도 바로 그 사람’, 쇼와 때문입니다. 그 사람의 집에 아이가 태어나거나, 좋은 일이 있거나,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자신의 형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팔, 즉 자신의 인생을 망쳐놓았으니 그 정도(자신의 형량을 줄여 줄 만한 일)는 해 달라고 말합니다. 사실 동족상잔이라는 뜻이 살아있지 않다면 본 장면은 필요가 없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남편을 죽인 복수의 시원함이나, 생선가게대한 부탁, 혹은 아들에 대한 걱정 같은 걸 말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장면에서, 그녀는 줄곧 그 사람이라는 쇼와 왕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으니 말입니다.

 

 

 

소설 읽다가 뭔가를 놓친 기분이 드는 영화 

영화 도모구이는 한 남자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합니다. 분명 목소리는 극중 아버지의 목소리인데, 내용은 극의 주인공 토마의 목소리입니다. 어쩌면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이고, 이 영화의 내용을 회상하고 있을 때 즘, 즉 아버지의 나이가 돼 있을 때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영화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소설 자체의 인기가 엄청났다고 합니다. 영화에는 일본의 청춘스타 스다 마사키가 주연으로 등장하고, 그 외에도 일본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호흡이 긴 배우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영화의 화면도 암울하고 음침한 색채로 하층민 중에서도 더러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중심으로 분위기가 구성돼 있습니다. 카메라도 풀샷과 클로즈업을 오가며, 화면의 구성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사실 소설을 원작으로 둔 작품 중에는 영화로서의 흐름보다, 소설에서 인상 깊었던 상징성을 그대로 살리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 <도모구이>도 그런 측면이 많이 보입니다. 소설을 봤다면 영화에서 이해 안 되는 여러 장치가 이해 됐으리라 생각하지만 마치 소서에 씌어있는 것을 시각적으로 옮기는 불협화음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성기를 바라보고 장어를 떠올린 토마, 그리고 그 모습에서 자신의 여자 친구가 관계 시 자신을 쳐다보는 모습을 떠올리고, 그렇게 허무한 사정을 하고, 그 물이 하수구를 타고 흘러가고, 다음날 하수물이 흘러나오는 장면은 이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어쩌면 소설에 토마의 감정의 흐름이 이러했으니, 쫓아가볼까? 하는 시도가 보였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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