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은 빗어서 깔끔한데, 운명은 뒤엉켜 있었다.
애니메이션 라푼젤의 원제는 Tangled입니다. 번역하자면 ‘뒤엉킨’ 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모두 잘 알다시피 라푼젤은 독일의 그림형제에 의해 세상에 빛을 본 작품입니다. 원작의 라푼젤은 평범한 부부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임신한 아내는 이웃집의 밭에 난 상추(혹은 양배추)를 먹고 싶다고 말하고, 남편은 몰래 이웃집 밭을 탐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밭 주인인 마녀에게 들키게 되고, 부부에게 딸이 태어나면 자기에게 달라고 합니다. 부부는 딸을 낳았고, 마녀는 아이를 받아서 아이의 이름을 라푼젤(독일어로 라푼첼: 들에서 나는 상추라는 뜻)으로 짓습니다. 그녀의 운명의 장난이 이렇게 진행 된다고 생각해서일까요? 디즈니는 라푼젤의 제목을 ‘뒤엉킨’으로 지었습니다. 아마도 디즈니의 어마어마한 각색을 살리려고 제목을 뒤튼 것으로 보입니다. 디즈니의 라푼젤은 공주의 신분으로 시작하고, 그녀의 어머니가 임신중독 증세로 죽어갈 때, 하늘에서 내려온 빛나는 꽃을 찾습니다. 그 꽃은 마녀 고델이 숨겨놓고 기르고 있었는데, 그것을 군사들이 찾아서 왕비에게 바칩니다. 고델은 자신이 숨겨 놓고 고이고이 간직해 기르던 건강의 비법을 왕실에 빼앗겨 버린 것입니다. 라푼젤이 태어났다는 소문을 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린 라푼젤을 찾아가고, 꽃에게서 생명력과 치유의 에너지를 얻던 방식대로 노래를 부릅니다. 그러자 다시 효력을 보게 된 고델. 고델은 라푼젤의 머리카락 일부를 잘라 가져가려 합니다. 처음부터 납치의 의사는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몸에서 분리된 머리카락은 갈색으로 변하며 힘을 잃어버리자 고델은 하는 수 없이 라푼젤을 납치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라푼젤의 운명을 뒤엉켜버린 것은 왕비가 그녀의 꽃을 먹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꽃이 없었다면 라푼젤은 아마도 어머니인 왕비와 함께 죽어버렸을 테니, 어쩌면 진짜 꼬이고 헝클어진 건 라푼젤의 긴 머리가 아니라, 그녀의 운명인 것 같습니다. 정말 꼬여도 제대로 꼬인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복선 잔치
라푼젤에는 복선으로 시작해서 복선으로 끝나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처음 나왔던 하늘에서 떨어진 빛의 눈물은 씨앗이 되어 꽃이 됩니다. 모든 것을 치유하는 힘을 가진 태양의 물방물 그자체입니다. 그리고 그 꽃을 사용하는 방법을 고델은 스스로 알아냅니다. 꽃에게 노래로 주문을 겁니다. 그리고 그 가사는 어쩌면 상당히 많은 복선을 깔고 있습니다. “한때 내 것이었던 것을 돌려다오.” 이 말을 초창기 고델이 할 때에는 <젊음>을 되돌려 달라는 것 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주문을 라푼젤이 불렀을 때는 <원래 가족과, 공주로서의 신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고델이 이 주문을 라푼젤에게 청해 들었을 때는 <그녀가 응당 맞이해야하는 죽음>이 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라푼젤은 그녀가 늘 불렀던 주문대로 <원래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찾게 됩니다.
복선의 대사는 이 뿐만 아닙니다. 플렌 라이더는 왕궁에 공주의 티아라를 훔치러 갔을 때, 그 성에서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공주의 티아라를 훔쳐 갑니다. 후일 그 물건은 라푼젤의 주문 대로 라풀젤에게 돌아갑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마쳐 질 때쯤, 라푼젤과 플렌은 결혼을 하게 됩니다. 결국 데릴사위로 왕궁에서 살게 되는 플렌의 운명을 플렌의 대사로 표현한 것입니다. 복선을 또 있습니다. 라푼젤이 태어난 후, 그녀의 침대 위에 걸려 있던 모빌엔 그녀가 성으로 돌아오는데 만났던 인물과 동물이 걸려 있습니다. 탄탄한 스토리를 썼기 때문에 복선 잔치를 벌일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막시무스!
애니메이션 라푼젤에서 가장 흥미롭고, 가장 멋있었던 캐릭터는 주인공을 제외한 막시무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남자 주인공인 플렌 라이더가 거짓말을 일삼을 뿐만 아니라 도둑질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고아출신의 남자였기 때문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남자주인공으로서는 한참 부족했던 건 사실입니다. 이점을 디즈니도 잘 알고 있었는지, 남자주인공의 모든 면모를 갖춘 캐릭터로 막시무스를 등장시킵니다. 라푼젤과 플렌 라이더의 사랑전선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막시무스를 말로 설정 한 것도 신의 한수가 아닐까 합니다. 막시무스는 정의롭고, 건장하며, 영리하고, 용기 있습니다. 정말 완벽한 남자주인공의 모습이 아닐까요?
재밌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감정의 흐름이 끊기지 않고, 또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디즈니 여러 공주들 중 프라이팬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줄 아는 여인이었고, 혼자만의 시간을 알차게 쓸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마도 고델의 도움이 있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녀는 책을 읽고, 옷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캔들 아트를 하고, 발레를 하고, 아침 7시면 일어나는 부지런한 사람으로 성장했습니다. 고델이 라푼젤에게 마법의 힘을 얻기 위해 그녀의 어머니 행세를 한 것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근의 호기심을 방치하지 않은 면에서 칭찬 합니다. 하나 신기한 것은 노래를 부르는 라푼젤 자신은 아기 때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신기합니다. 아마도 그녀의 마법 주문의 “한때 내 것이었던 것을 돌려다오.”는 단순히 젊어지는 것이 아닌, 정말 그녀의 것을 되돌려 주는 것이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