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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불 T1 다큐멘터리 : 함께 날아오르다(2024)

by 아일야블로그 2024.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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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한가득 있습니다. 연람에 주의 바랍니다.>
 
 

 
 

롤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봐도 됩니까?

불행히도 영화를 온전히 즐기는 데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야구 영화도 야구의 규칙을 모르면 홈런인지 플라이볼인지 몰라서 손뼉 치고 있는 것처럼, 리그 오브 레전드, 약칭 롤이라는 게임의 플레이 방식을 모르면 박수 칠 때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하지만 게임의 규칙 외에도 다큐멘터리에서 볼 수 있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건 바로 감정의 흐름입니다. 사실 레드불의 후원을 받아서 만든 영화라, 영화 곳곳에 의도적으로 레드불을 따서 마시는 장면이 노출돼 있습니다. 그러한 장면들이 감정의 흐름을 끊어먹기는 하지만 그래도 감정의 흐름을 좇아가는데 큰 무리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종이학과 꽃으로 시각화 된 소원

리그 오브 레전드는 2022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정식으로 e스포츠 게임으로 지정되면서 이제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게임을 스포츠의 한 형식으로 즐기는 사람들 까지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미 훨씬 이전부터 롤드컵이라는 대회를 통해, 수 많은 롤 게이머들이 PC방을 벗어나, 세계인과 자웅을 겨루며 사실상 국제스포츠의 재미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팬들도 그에 따라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T1이라는 팀, 그리고 그들과 같은 꿈을 꾸는 팬들이었습니다. 영화에서는 이름 모를, 대사도 고양이에게 다녀온다는 말과 친구에게 자신이 게임을 보면 질 것 같다는 몇 개 안 되는 대사를 하는 여대생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이름 모를 학생은 빈 화분에 꽃을 심고, 학을 접기 시작합니다. 꽃은 T1이라는 팀 자체 일 것이고, 학은 그들의 우승을 바라는 마음 일 것입니다. 여대생은 사랑으로 꽃을 가꿉니다. 그리고 학을 접습니다. 그런데 이 학은 T1의 맴버들도 같이 접습니다. 여대생으로 대변된T1의 팬들이 T1을 사랑하며, 선수들과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영화의 주인공 T1

T1은 2013년 첫 월즈 우승을 시작으로 2015년, 2016년 그리고 2023년 월즈 챔피언이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월즈 최다 우승 팀은 T1이고T1 최다 우승자는 한국의 페이커 선수이고, 최다 출전자도 한국의 페이커 선수입니다. 페이커 선수는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의 살아있는 레전드로 세계의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2023년 우승은 그가 처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이후, 정확히 10년 되는 해였고, 진짜 월즈의 우승컵의 주인이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2016년 이후로 2023년 까지 사실상 오랜 시간 우승컵을 세계 여러 팀에게 빼앗겨야만 했습니다. 물론 훌륭하고 감각 있는 선수들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난 것도 있지만 선수들도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일이 있었다고 영화는 이야기합니다.. 다 잡은 승리를 준우승으로 끝낸 적도 있었고, 주장이었던 페이커 선수의 팔 부상도 있었습니다. 심리적 압박과 무너진 신뢰도 그들의 경기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몸을 쓰는 스포츠든 컴퓨터 앞에서 손가락을 격하게 움직이는 상당히 예민한 심리적인 영역을 사용하는 운동이니, 선수들에게는 어둡고 긴 터널을 통화 가는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건 그들은 다시 우승컵 앞으로 몰려나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는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과거의 영광이 있을 것이고, 그 영광을 과거의 기억으로, 술 안주거리로만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그들은 다시 돌아왔습니다. Legend is back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사실 이 영화를 같이 보러 갈 친구가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열광하거나 우는 모습이 남들 보기엔 푸바오 보고 흐느끼는 것과 비슷하게 보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을 했더니, 혼자 보고 왔습니다. 그래서 결국 저는 영화를 유투브로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다면 한참 영화에 몰입해 있는 친구에게 설명을 요구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 <레드불 T1 다큐멘터리 : 함께 날아오르다>는 사실 영화관에서 개봉을 했지만 사실 영화의 형식으로서의 의미보다 T1을 응원하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 같은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합니다. T1의 팬들은 T1의 부진이 계속되자 응원을 중지하거나, 과격한 말을 하는 대신, 덕을 쌓는 길을 택했습니다. 이건 마치 자식 잘되라고 도를 닦는 부모같은 심정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는 오랫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우승컵을 팬들에게 안겨드리지 못한 시간에 대한 미안함과, 함께 응원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헌정 영화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영화에는 사실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물론 배우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들은 모두 T1의 팬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인물들이었으니, 이 다큐멘터리는 오로지 사실만 있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이 팬들과 함께 이겨내고, 견뎌 냈던 암흑 같은 시간에 대한 선수들 가족들의 증언들이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마치 영화관에서 함께 영화를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당신도 그 시간을 함께 겪어낸 T1의 가족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도 함께 날아오르다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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