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령(靈) 공포냐 추리냐

by 아일야블로그 2024. 9. 2.
반응형

<스포일러가 한가득 있습니다. 연람에 참고 바랍니다.>

 
 

공포영화 령

2004년에 개봉했던 공포영화 령은 당시 핫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던 영화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이런 영화가 있었는지 모르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영화과에서 이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같이 봤던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이게 뭔 내용이야?” 아무래도 공포 자체를 즐기는 것보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추리를 해야 해서 친구가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영화의 제목을 보면 영화 이해의 키워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제목인 령. 우리가 흔히 영혼(靈魂)이라는 말을 쓸 대 쓰는 영(靈)입니다. 그런데 제목이 영혼이었다면 일상적인 의미로 우리에게 이해가 더 쉬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영과 혼은 다릅니다. 영은 우리가 흔히 아는 육체를 벗어나 존재하는 생각, 사념의 덩어리 즉, 정신을 뜻합니다. 혼은 사람의 육체의 생명력이라고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죽으면 영과 혼이 각자 갈 길을 갔다고 보시면 됩니다. 혼은 땅으로 꺼지고, 영은 하늘로 간다 했으니, 둘은 분명 다른 의미가 맞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이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이 영과 혼에 대한 개념을 이해했했다면 영화 관람이 쉽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공포영화 령은 바로 이 령(靈)이 옮겨 다니는 이야기입니다. 즉 빙의 혹은 유체이탈의 개념이 주된 개념으로 사용된 영화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령이 이동하는 조건

영화에서는 령(靈)이 이동하는 조건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합니다. 사람이 마음 힘들어 나약해져있을 때라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정신 나간 상태라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정신이 얼반 나가 있으니, 구천을 떠돌던 영이 집을 찾아 사람에게 들어간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흔히 아는 빙의와 같은 개념입니다. 다만 영화에서는 발동기재를 정확하게 사람이 심리적으로 힘들어 나약해진 상태라고 정해 놓았으니, 영화를 관람 하실 때 그런 인물을 보시면 “아! 정신 나간 사람이군! 곧 귀신이 들어와 몸을 차지하겠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영화에서 크게는 두 인물, 그리고 정확히는 세 인물이 정신 나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원(김하늘)의 엄마. 그리고 열린 결말을 암시하는 수인(남상미)의 어머니. 그리고 영화의 핵심이었던 지원(김하늘)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원(김하늘)에게 일어난 영혼의 이동은 위와 다릅니다. 목숨이 끝나 육체와 분리된 수인(남상미)이 영이 정신 나간상태의 사람인 지원(김하늘)을 차아 간 것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기억과 공포를 왔다 갔다

영화의 주인공 지원(김하늘)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여대생입니다. 정신과 치료도 하고 있는데, 계속 이상한 어린 아이가 보이기도 하고, 꿈에서 자신의 모습을 제 3자의 시선으로 보기도 합니다. 자신이 모르는 자신은 상당히 표독스러운 눈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원(김하늘)은 더 이상 한국에서 적응해 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유학을 결심합니다. 하지만 남편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져있던 엄마를 두고 가는 게 마음에 걸리긴 했습니다. 지원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기이한 일(귀신을 보는 일)에 대해 공포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과 고등학교 때 친구였다며 유정(전희주)이(전희주) 찾아옵니다. 그리고는 같이 어울려 다녔던 미경(신이)은 정신병원에 있고 은서(전혜빈)라는 친구는 죽기 전 며칠 동안 이상한 것 이 보인다는 말을 하고는 죽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지원(김하늘)에게 묻습니다. 너는 별일 없니? 꼭 무슨 일이 있어야 할 것처럼 말입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이 계곡에서의 어떤 일로 일어난 것을 알게 된 지원(김하늘)은 계곡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사진 속에서 봤던 여자, 수인(남상미)수인(남상미)이 계곡 아래 깔려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익사한 채로, 시체도 온전한 상태로 말입니다. 지원(김하늘)은 수인(남상미)을(남상미) 물 위로 올려주며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영이 기억상실에 걸리다

사실 지원(김하늘)은 수인(남상미)였습니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지원(김하늘)의 몸에 수인(남상미)의 혼이 들어간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인(남상미)의 혼이 지원(김나늘)의 몸에 들어오면서 기억상실증에 걸립니다. 그래서 자신의 표독한 모습을 3자처럼 보고 있는 장면을 떠올렸던 것입니다. 그리고 수인(남상미)의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 그러니까 어린 시절 지원(김하늘)과 친했던 일, 가정 형편이 달라지면서 지원(김하늘)의 무리에게 왕따를 당했던 일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자신의 곁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기이한 일은 지원(김하늘)의 령이 분노하여 나쁜 짓을 하고 다니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계곡에서 물에 빠졌던 사람은 지원(김하늘)이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지원(김하늘)이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습니다. 그녀를 구하러 물에 뛰어든 것은 다름 아닌 왕따를 당하던 수인(남상미)였습니다. 하지만 지원(김하늘)은 살려는 욕심에 수인(남상미)를 밟고 물 위에 올라가고, 바위사이에 발이 끼여 나오지 못하는 수인(남상미)을(남상미) 외면합니다. 그 사건으로 둘은 잠깐 정신 나간 상태를 겪습니다. 그 상태에서 지원(김하늘)의 몸에 수인(남상미)이(남상미) 들어옵니다. 그리고 지원의 영은 주변을 떠돌며 자신을 구하지 않았던 친구들을 익사시키고, 괴롭힙니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엄마의 몸에 들어가 자신의 몸을 되찾을 궁리를 합니다. 이제 지원의 몸에서 자신이 수인이라는 사실을 찾은 껍데기 김하늘은 자신의 몸을 되찾으려는 엄마(하지만 지원의 령이 씐)와) 싸움을 벌이고, 지원의 몸을 한 수인은 엄마의 모습을 한 지원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손목을 긋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우리에게 암시를 던집니다. 지원의 몸에는 여전히 수인이가 있다. 그리고 지원의 영은 수인이의 엄마에게 갔다. 아마도 죽어가는 지원의 몸에 지원이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죽어가는 육체는 영과 혼이 분리되는 과정 중이니, 지원이 어쩔 수 없이 다른 존재를 찾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훌륭한 의료기술이 죽어가던 지원(김하늘)을 살려 냈고, 지원(김하늘)의 껍데기에 수인(남상미)가 그대로 있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해하고 보면 재밌는 영화.

이렇게 령(靈)이 왔다리 갔다 하는 원리를 알고 나서 보면 재밌는 영화입니다. 촘촘하게 깔린 내용도 많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심으로 타인을 의심하고, 불신이 공포를 만다는 상태 또한 훌륭하게 표현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학원폭력이라는 소재를 공포와 잘 엮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포영화로 공포를 느낄 여운이보다 궁금증이 많이 차지했던 터라, 이 영화를 공포영화 보듯 본 게 아니라 추리영화 보듯 봤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추리물을 싫어하던 제 친구가 그렇게 말한 게 아닐까요? “이게 뭔 내용이야?” 이제 영화가 개봉한지 딱 20년이 흘렀으니, 이 영화를 다시 본다면 분명 재밌게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