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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원작, 하지만 현실에 있었던 이야기.
로스트 케어는 하마나카 아키의 동명소설 <ロスト・ケア>를 영화화 작품입니다. 영화의 내용은 사실 간단합니다. 방문요양센터에서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는 시바 무네노리. 그런데 그는 어느 강도 살인 사건에 엮이게 됩니다. 대상은 그가 근무하는 방문요양센터에서 관리하는 구역의 한 집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강도범이 아니었습니다. 진짜 강도범은 방문요양센터의 센터장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왜 그곳에 있었을까? 강도 사건이 터지자 검사 오모토는 방문요양센터에 대해서 조사하고, 관련 센터에서 한해 사망자가 다른 시설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범인이 시바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냅니다. 그리고 오모토 검사는 시바에게 취조를 시작하고, 시바는 자신은 노인을 죽인 것이 아니라 구했다고 말합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 본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 그리고 그 환자를 둘러싼 사람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서 모두를 구했다고 시바는 끝까지 주장합니다. 시바 본인이 홀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아버지의 인지장애 증상으로 고통 받았고, 아버지 또한 인간다운 죽음을 원했기에, 그를 그의 손으로 보내 드렸다고 말하며, 그것은 살인이 아니라 “구원”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는 명백한 살인죄로 사형을 구형 받고, 죽을 날을 기다리게 됩니다. 간단한 스토리 라인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사실 유사 범죄가 없다고 말할 수 없는 현실에 우리는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인 간호에 지친 가족들이 동반자살을 한다거나, 노인의 존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살인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에겐 이미 존엄사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인간은 생을 얻음과 동시에 죽음을 예정 받습니다. 우린 타인의 죽음을 바라보며 자신의 죽음을 예상하고, 다가올 죽음을 고민하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아직 안 죽었을 뿐이지 모두 죽을 운명인 것입니다. 그래서 영화는 이런 저런 생각을 우리에게 던지며, 무거운 고민을 남겨줍니다. 역시, 쉽지 않은 영화입니다.
상실을 위한, 혹은 상실된 사람을 위한 케어.
영화는 인지장애를 앓고 있는 가족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줍니다. 우선 시바입니다. 홀아버지 밑에서 사랑 받고 자란 시바는 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집도 작은 집으로 옮기고, 아르바이트를 하면 아버지를 보살핍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인지장애(치매)가 가속화 되면서 시바는 점점 이성을 잃어갑니다. 음식을 흘리는 사소한 일에도 시바는 분노하고, 아버지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자신을 홀로 사랑으로 키워주신 아버지인데도 말입니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제정신이 돌아오자 아들에게 자신을 죽여 달라는 말을 합니다. 인간답게 죽고 싶다는 말과 함께 말입니다. 시바는 그의 소원을 처음엔 외면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게 되고, 계속해서 사고를 칩니다. 시바는 이제 아버지를 케어하는데 지쳤고, 아르바이트를 가 있는 동안에도 집밖을 돌아다닐 아버지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할 수도 없게 됩니다. 그리고 그도, 아버지도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시바는 오랜 케어 생활을 정리하고, 자신을 상실한 아버지와의 이별, 즉 또 다른 상실을 준비합니다. 그렇게 아버지에게서 해방된 시바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과 같은 구원을 주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을 따고, 방문요양사로 활동하게 됩니다.
한편 오모토 검사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랍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오래 전에 이혼을 했고, 딸을 위해 평생을 살아온 어머니는 오랫동안 모아온 돈으로 실버타운에 제 발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자신을 방문해 오는 딸을 밝은 얼굴로 맞이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치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오모토 검사는 그런 어머니에게 당신이 좋아하는 딸기찹쌀떡을 사다주며 눈물을 삼킵니다. 작중에서 보여주는 인지장애(치매)를 앓는 사람과 그의 가족이 공존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시바의 살인을 살인으로 받아들인 인물이 작품에는 등장합니다. 시바가 말하는 구원이라는 개념에 분노하며, 법정이 떠나가라 죽은 자신의 가족을 살려내라 소리를 지르는 여인입니다.
하지만 시바의 살인을 구원으로 받아들인 인물도도 작품에는 등장합니다. 그녀는 어린 자녀를 키우며 아버지를 돌보는데 지쳐가던 여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시바의 도움으로 겨우 인간다운 삶을 보장 받습니다. 그리고 재혼까지 하게 됩니다.
영화는 이런 다양한 모습을 우리에게 던져주며, 생각하게 합니다. 당신은 치매에 걸린 가족을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 그리고 영화는 이런 죽음이 정당화 되지 않도록 조심에 조심을 다합니다. 시바의 행동은 명백한 살인이고, 사회 기반 시설을 이용하고, 정부는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 영화가 우리 모두의 미래에 던지는 메시지 인 것 같습니다.
치매, 예방이 중요합니다!
영화에서 화두에 오른 것은 거동 불능 가족이 아닙니다. 치매 증상으로 가족을 괴롭히는 노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억을 잃으면 더이상 본연의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은근 슬쩍 강조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세상의 모든 노인이 치매에 걸리는 거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치매는 끊임없이 사고하고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찾아오지 않는 질병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인터넷과 사회 기반 시설에서는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한 여러 가지 예방책을 내 놓고, 상담 센터를 열어 조기 검진을 가능하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세상은 사고를 포기하게하는 수많은 매체들이 있습니다. 유투브나 쇼츠, 인스타를 보다보면 하루가 순식간에 삭제되는 경험도 하게 됩니다. 치매에 걸릴 자신이 무섭다면, 이제는 뇌 건강을 위한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해야할 때가 아닐까 합니다.
영화가 재미있느냐?
영화를 보는 관점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에는 볼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로스트 케어>는 재미없는 영화입니다. 특히 영화의 포스터에서 풍기는 치열한 두뇌 싸움을 생각하신다면 영화 <로스트 케어>는 시간 아까운 영화입니다. 전혀, 그런 내용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바 역할을 맡은 배우는 영화 <데스노트>에서 “L”의 역할을 맡았던 배우인지라, 우리는 그의 얼굴을 보고 뇌가 저려올 것 같은 심리, 추리, 수사물을 기대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거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입니다. 그래서 빨리 OTT 시장에 흘러 간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중요하신 분께, 이 영화는 재밌는 영화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