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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예산 영화
영화 <맨 프럼 어스>는 제작비가 20만 달러 정도 든 초 저예산 영화라고 합니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영화는 오로지 대화로 시작해서 대화로 끝이 납니다. 로케 장소라고 해봤자, 주인공 존이 생활하는 별장 같은 공간뿐입니다. 그리고 그 흔한 회상을 통한 삽입 장면도 없습니다. 모든 상황이 그저 대화를 온전히 비추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 다양한 화면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마치 주인공 존과 주변인들의 말에 이끌려 여러 차원을 넘나 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영화는 각 분야의 대학 교수들이 나와서 끊임없이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혼자 영화를 그냥 봤다라는 생각보다는 같이 영화를 머릿속에서 그려갔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맨 프럼 어스의 호기심 가득한 스토리 라인
영화 맨 프럼 어스(The Man From Earth)는 앞서 말했다시피 상당히 매력적인 스토리 라인을 갖고 있습니다. 주인공 존 올드만(성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오래된 남자입니다)은 잘 다니던 직장인 대학교 교수자리를 돌연 은퇴하겠다고 선언하고 이사를 준비합니다. 이에 그의 직장 동료들은 갑작스럽게 떠나려는 존에게 이유를 듣기 위해 송별 파티를 가장해서 그의 집에 모입니다. 그의 동료들은 물론 각각 생물학, 미술학, 고고학, 역사학, 정신과 의학, 인류학을 강의하는 교수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고고학 교수를 따라온 린다라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주로 작품 내에서 관객을 대신해 질문하는 역할을 합니다. 동료들은 존에게 도대체 왜 떠나려하는지, 혹시 가슴에 품어둔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면 꼭 해보라고 말하고 이에 존은 1만 4천년동안 홀로 삼켜야 했던 이야기를 “만약에”를 통해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존은 사실 크로마뇽인이고, 특정 나이 이후로는 늙지 않은 채, 구석기 기대부터 살아왔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을 거치며 부족이 도시가 되고 국가가 되어가는 과정을 직접 겪으며 변화해온 자신에 대해서 존은 덤덤하게 설명합니다. 현대적 주민제도가 확립된 이후 그는 때론 자신의 아들 행세를 하며, 법적인 제도에 적응하며 자신을 숨겨온 이야기를 합니다. 그가 살아온 사실 자체는 간단합니다. 하지만 엄청납니다. 그리고 그의 삶을 둘러싸고 대학교수인 분야의 전문가들은 질문을 던집니다. 사실 질문이라기보다 확인을 받고 싶어 합니다. 그들은 존의 이야기에 빠져가 그의 이야기를 만약이 아니라, 진실이라고 믿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정점은 종교학 교수였습니다. 존은 스스로를 예수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종교학 교수는 그것을 믿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결국 존의 타당한 이야기들을 통해서 그가 예수였다는 말을 믿고 싶어하는 사람으로 변합니다. 다만 그가 예수라면 종교학 교수가 평생을 걸고 탐구해왔던 모든 것이 허상이 됩니다. 존의 이야기가 전문가들을 모두 설득 할 때쯤, 존은 그 이야기를 모두 그저 이야기였다고 치부해버립니다. 대학교수들은 모두 존의 이야기가 단순한 이야기임에 안도감을 느끼고, 또 아쉬움도 느낍니다. 그렇게 모든 게 허구의 이야기였다로 결말을 지으려 할 때, 존을 가장 맹렬하게 반대하고 비난 했던 의대 교수 윌이 존의 아들이었다는 것을 암시하며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영화가 지속되는 내내 전문가들이 어린 아이 같은 호기심으로 자신이 연구해 왔던 것을 확인해 나가는 과정이 은근히 재밌는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190년을 살도록 고안 되어 있다_ 췌장
영화에서 꽤 흥미로웠던 사실은 바로 인간의 췌장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췌장의 기능으로 인간의 몸 전체의 세포 이전이 끝나는 시간이 7년이고, 완벽한 해독만 이루어진다면 사람들은 노화를 피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요즘 제 주변에 특정 식단(기름진 식단+차갑고 단 음료)을 좋아하는 친구들 중 췌장 수술을 한 친구들이 몇 있는데, 췌장이 이렇게 중요한 장기인 줄 알았다면 좀 더 엄격하게 식단에 대한 조언을 줄 걸 그랬다고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좀 더 알아보니 췌장의 베타세포(β-cell)는 혈당 조절과 관련된 호르몬을 분비하는 특화 세포인 랑게르한스섬을 구성하는 세포중 하나라고 합니다. 그래서 최근 췌장의 베타세포를 늘려서 당뇨병을 치료하는 연구가 활발하다고 합니다. 여러분, 췌장관리 잘 하십시오. 혹시 합니까, 영화에서 표현된 대로 노화를 방지하는 최고의 명약이 될지. 굳이 명약이 되지 않아도, 당뇨병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분명 하니, 꼭 췌장관리 잘 하십시오.
기독교인은 불편할 영화?
영화의 스토리상 신성모독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인데, 영화의 주요 이야기 구조가 예수님의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이라서, 종교적 견지에서 영화에 태클을 걸고 싶으신 분들은 시청을 권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야기의 구조력에 관심이 있으시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가끔 일반적인 영화에서 아무렇지 않게 잘못 인용되는 기독교적 지식은 분명 교정되어야 하지만, 영화의 장르를 고려하다면, 신성모독 보다는 영화적 상상력이라고 판단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