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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라서….”의 반전
얼마 전 어떤 영화를 보고, OTT라서 재미의 포인트가 반감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관에서 영화가 상영되는 걸 상상하며, 분명 영화관에서는 더욱 재밌었을 것이라고 나의 시간에게 위로를 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딱히 그런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영화 <메멘토>를 보고 하게 되었습니다. 휴대폰 화면으로 보는 영화도 굳이 상상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영화관만한 몰입감과 집중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는 영화였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아주 재밌는 영화였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웬만한 OTT 시장에는 시청 가능하시니, 또 다른 숨은 재미를 찾기 원하신다면 시청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메멘토, 어려운 영화인가?
메멘토는 감독이 직접 영화를 설명하는 영상이 있을 만큼 1회 관람으로 이해가 쉽지 않은 영화인 것 같습니다. 영화 화면이 칼라로 처리된 게 있고, 흑백으로 처리된 게 있으니, 영상의 화면을 볼 때, 이것이 흑백인지, 칼라인지 인지하고, 스토리를 분리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영화 초반에는 “내가 지금 뭘 본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반복된 장면도 있습니다. 그래서 반복된 장면에서 시간을 거꾸로 끼워 넣고 재배치를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모든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주인공 레너드 (가이 피어스)가 선행성 기억상실증, 흔히 말하는 단기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가 메인 화자로 등장하고, 관객은 그의 기억메커니즘을 따라 가야 하니, 그 과정이 익숙지 않거나 힘든 분에게는 재미없는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억을 쫓아가며 영화와 함께 사고하는 게 즐거운 분께는 분명 즐거운 영화과 되리라 생각합니다.
동생 아이디어로 시작해서....
영화 <메멘토>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2000년 개봉작입니다. 그는 1997년 동생인 조나단 놀란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함께 시나리오를 썼고, 2000년 형은 영화를, 동생은 소설을 세상에 내보입니다. 동생이 낸 소설의 제목은 <메멘토 모리>입니다. 동명의 소설이나 작품이 많은 것으로 보아 라틴어로 된 유명한 문구중 하나인 것으로 보입니다.
한 번도 안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고…
영화 <메멘토>는 상당히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선행성 기억상실증,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의 시점에서 영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모든 캐릭터가 의심스럽게 보입니다. 어느 캐릭터 하나 놓칠게 없는 시스템이 구축돼 버린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은 아주 간단합니다. 선생성 기억상실에 걸린 주인공 레너드가 아내를 죽인 살인 범이라 여겨지는 인물 ‘존 G’라는 인물을 쫓고 있고, 어쩌면 자신의 병을 아는 누군가에 의해 살인 도구로 쓰일지 모른다는 불안을 갖고 있습니다. 레너드는 확실한 단서를 자신의 몸에 문신으로 새기고, 중요한 장소나 인물은 사진을 찍어 메모를 적었습니다. 문신과 자신의 필체가 적힌 사진 메모는 10분이 지나면 기억이 사라지는 자신이 끝까지 아내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레너드는 사건을 겪기 전 보험 심사관으로 일하며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하고 기록을 하는 습관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중간 중간 흑백 화면으로 레너드가 누군가와 전화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자신이 과거 맡았던 젠스키 부부사건에 대한 일이었습니다. 자신과 같은 선생성 기억상실증이 걸린 사람의 보험료 지급에 관한 일이었습니다. 기억이 상실된 남편은 신기하게도 아내에게 인슐린 주사를 놓아주는 것만은 까먹지 않았고, 남편의 기억상실이 거짓 일 것이라고 믿은 아내는 계속해서 그에게 인슐린 주사를 놓아달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주사를 놓았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는 아내에게 많은 양의 인슐린을 투여해, 아내를 죽게 만듭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 모든 이야기가 레너드의 기억이 스스로 치환돼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사실 레너드의 아내를 죽인 것은 다름 아닌 선행성기억상실증에 걸린 자기 자신이었고, 그의 걱정대로 그는 비리경찰 테디에게 이용당하며 테디의 타겟을 “존 G”라고 믿고 죽이는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아내를 자신이 죽게 한 기억을 잊고,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테디로 인해 왜곡되게 받아들이게 되고, 레너드는 그렇게 10분의 기억에 의존해 테디가 자신을 이용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화가 난 레너드는 테디를 죽이려 합니다. 죽을 위기에 처한 테디는 레너드에게 레너드가 찍은 사진과 지금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사건을 이야기 합니다. 그렇게 영화는 시작하고, 돌아와, 영화를 재관람하게 만듭니다.
나를 기억 한다는 것
선생성 기억상실증 같은 무서운 병이 아니라도, 여러 가지 질병으로 사람은 스스로를 잃어버립니다. 그러니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고, 뇌가 손상 될만한 사건에 휘말리지 말아야 할것입니다. 여러 영화에서, 그리고 뉴스에서 우리는 기억상실이 얼마나 본인과 그를 둘러싼 가족들에게 끔찍한 일인지 익히 봐 왔으라 생각합니다. 역시 뇌 건강을 잘 챙겨야 합니다.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쩌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확인 없이 그냥 휩쓸려 살아가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잊지 않기 위해 격언이 되는 말,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 혹은 다짐, 혹은 과시 등등을 담아 문신을 새기기도 합니다. 피부에 새겨, 문신을 새겼을 때의 기분으로 언제라도 되돌아오기 위함이라 생각합니다. 피부에 무언가를 새기든, 종이에 적든, 컴퓨터에 남기든, 자기 자신은 스스로의 마음에 꼭 새겨두고, 심박이 두근두근 이라는 소리를 연주하는 한,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 봐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 심장의 연주가 끝날 때까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