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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by 아일야블로그 2024.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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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시간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영문명은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입니다. 이는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렐드의 동명 단편 소설을 영화한 것입니다. 한국에서의 제목이 신비한 사건에서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바뀐 것은 각색된 영화에서 표현하고자한 주제를 직관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흔히들 시간이 거꾸로 흘렀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하는데, “진짜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는 게 뭔지 작정하고 보여주지.”하고 이 악물고 만든 영화 같다는 느낌이 이 영화에 대한 첫 인상이었습니다.

 

 

임종 직전에 전하는 진짜 아버지에 대한 기록

임종을 앞둔 데이지는 자신의 딸 캐롤라인에게 어떤 이 일기를 읽어달라고 합니다. 그것은 오래되었고, 두꺼워보였습니다. 누군가의 일기였지만 평범한 일기라기엔 오랜 세월에 대한 글이었고 어쩌면 한 인간의 전기 같은 것이었습니다. 캐롤라인은 어머니 데이지의 부탁으로 그 두꺼운 일기를 읽어나갑니다. 일기의 시작은 어느 부유한 부인이 벤자민을 출산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를 낳고 남편에게 짧은 유언 한 마디만 남기고 죽게 됩니다. 어머니의 유언은 아이를 버리지 말아달라는 것이었지만 아이의 모습을 본 아버지는 아이를 버리고 맙니다. 왜냐하면 아이의 모습이 꼭 80대 노인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버려진 아이는 아이가 없던 흑인 부부에게 거둬집니다. 그들은 작은 실버타운에서 일을 하던 부부였는데, 남들과 다른 아이에게 벤자민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많은 사랑을 주며 벤자민을 키웁니다. 죽음을 대기하듯 모여든 사람들은 벤자민과 일견 보기에 크게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할머니를 보기위해 어린 데이지가 나타납니다. 둘은 보이는 모습은 전혀 달랐지만 내면은 똑같은 나이의 아이들이었습니다. 둘은 친하게 지냈지만 데이지의 할머니는 데이지가 벤자민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싫어했고, 상처 입은 벤자민은 무작정 고기 잡이 배에 타게 됩니다. 스스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젊어지는 것을 알게 된 벤자민은 어제 어디서든 편지를 써달라는 데이지의 말대로 편지를 씁니다. 그리고 자신이 만난 사람, 찾아온 사랑 등등. 세월이 흘러 어선으로 전쟁에 참여한 벤자민은 선장이 죽자 어쩔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가고 그곳에서 자신을 버린 생부를 만나게 됩니다. 처음엔 그를 용서할 수 없었으나, 자신을 양육한 어머니가 있는 양로시설에서 번개를 맞고 살아난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자신을 그때 죽이지 않은 아버지를 용서하기로 합니다. 그렇게 생부와의 만남도 잠시, 그의 생부도 죽음을 맞이하고, 벤자민은 자신의 슬픈 마음을 달랠 겸, 데이지를 찾아갑니다. 무용수로서 성공을 거두고 있던 데이지는 벤자민을 밀어내고, 벤자민은 그렇게 그녀에게서 돌아섭니다. 그런데 데이지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벤자민은 데이지의 고통과 슬픔을 모두 감싸 안으며, 둘은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딸 캐롤라인을 낳게 됩니다. 하지만 캐롤라인이 출생하자 자신은 점점 어려질 것이고, 아버지로서 제대로 그녀를 돌보는 것도, 남편으로서 데이지를 지키는 것도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고, 전 재산을 둘에게 남기고 둘을 떠나게 됩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 벤자민은 다시 한 번 데이지를 찾고, 데이지는 이미 재혼을 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벤자민을 아직도 사랑했기에 둘은 다시 뜨거운 밤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데이지는 벤자민이 자신들을 떠난 이유를 공감했고, 계속 젊어지고 아름다워지는 그의 모습에 그들의 이별이 올바른 선택이었음을 깨닫습니다. 그렇게 완전한 이별을 한 벤자민과 데이지. 그러던 어느 날 노년의 데이지에게 실종아동을 아느냐는 연락이 옵니다. 그것은 벤자민이었습니다. 이젠 6세 정도의 아이가 된 벤자민은 그간 그가 살아왔던 기억을 모두 잃고, 그저 데이지만을 기억할 따름이었습니다. 이에 데이지는 벤자민이 아기가 되어 죽을 때까지 그와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그렇게 친부의 일기를 모두 읽고, 어머니의 말을 들은 캐롤라인은 먹먹한 눈물을 흘립니다.

 

그는 학교가 아니라 만남과 이별을 통해 인생을 배웠다

벤자민은 죽음을 기다리는 양로시설에서 말을 배우고,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것에 마음 아파하며 어린 시절을 보내왔습니다. 삶이 무르익은 어른들로부터 삶의 지혜도, 격언도 배웠고, 피아노를 치는 것도 배웠습니다. 그리고 점점 젊어지며 또 다시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용기도, 사랑도, 미움도, 서운함도 용서도 배웠습니다. 그에겐 학교는 없었지만 그를 둘러싼 모두에게 그는 배우고, 성장하고, 또 시간이 인간에게 주는 시련을 이기는 단단함도 배웠습니다. 사실 우리도 그러할 수 있습니다. 타인의 시간을 존중하며,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우린다면 분명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오래 숙성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진수 같은 것 말입니다.

 

166, 인생을 이야기하다.

영화는 고작 166분으로 인생에 대한 음미와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바로 지금이 무엇을 하든 결코 늦지 않음을 이야기 합니다. 영화를 본지 오래 되어 영화가 던진 인생에 대한 고찰이 희미해진 분이라면 다시 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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