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와 잡담이 가득합니다. 연람에 참고 바랍니다.>
자동차 극장에서 재밌게 봤던 기억이....
영화 <보이스>는 계속해서 진화하는 보이스피싱이 소재인 영화입니다. 주인공 한서준(변요한)은 전직 형사였습니다. 그러나 부당한 일로 현재는 공사장의 작업반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부산의 건설공사 현장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전화가 걸려옵니다. 이로 인해서 당일 작업장에서 작업하던 서준을 비롯한 현장 동료의 가족들은 전화에서 시키는 대로 입금을 하게 되고 그렇게 총 30억 원이 증발하게 됩니다. 직장동료들과 자신의 돈을 찾기 위해 서준은 전직 형사의 능력일 발휘해서 중국에 위치한 보이스피싱 본거지 콜센터를 찾게 되고 거기에 잠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서준은 체계적인 보이스피싱 범죄 현장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그곳엔 갖은 이유로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모여 있고, 그들은 자신의 처지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라도 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콜센터의 센터장 곽 프로(김무열)은 총 300억 규모의 이른바 총력전을 기획합니다. 개인정보를 싼값에 사서, 기획실에서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대본을 짜는 것입니다. 새롭게 만들어진 대본은 콜센터 직원들에게 배부되고, 그들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서 대본을 입에 익히는 작업을 합니다. 딱 여기까지 상당히 신선한 영화입니다. 이후부터는 느와르 액션물에서 자주 보던 1인 형사가 조직 때려잡고, 뒤늦게 공권력이 도와주고, 그 사이 센터에서 센터의 보물 같은 신종 대본을 들고나간 똘마니 조직원이 다른 곳에서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그런 장면이 이어집니다. 이야기의 구조적인 측면에서 분명 신선한 맛은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소재가 충분이 신선했고 보이스피싱의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보는 내내 재밌었습니다. 장르에 충실한, 결격사유 없는 영화를 보시려면 영화<보이스> 추천 드립니다.
실화바탕이라며?
영화 <보이스>는 개봉 전부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말로 이목을 끌었습니다. 네, 실화 바탕은 맞습니다. 다만 조각 나있는 사실들을 이은 것이니, 영화 전체가 통으로 사실일 것이라 오해는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보이스피싱 사건이 있었고, 그 사건들은 대게 상상이상의 치밀한 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경찰관이 보이스피싱 범을 잡아 그들에게 보이스피싱 범죄 용어나 은어를 배우고, 보이스피싱 일당 인 것처럼 신뢰를 준 후 인출책을 검거하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한국 땅에서 이뤄진 검거였습니다. 영화처럼 외국으로 날아가 잠입한 것은 아닙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국의 경찰이 수사를 목적으로 불 타국에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어쨌든 영화는 현실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일을 영화라는 한 작품으로 모아 놓은 것입니다. 거기에 엄청난 상상까지 몰아넣은 것이니, 전체가 실화라기 보다는 실화에서 모티프를 얻었다!라고 생각하시고 관람에 참고 바랍니다.
보이스피싱이 더 고통스러운 이유
사실 낚시를 생각하면 떡밥이든 미끼든 뭐든 낚시 바늘에 끼워놓고 낚싯대를 던집니다. 즉 눈앞의 먹이에 눈이 멀어서 미끼를 무는 것인데요. 물고기 두뇌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미끼에 낚이는 게 아니라 말에 낚입니다. 그들이 낚은 말은 가족에대한 사랑과 애정입니다. 딸이 아프고, 엄마가 아프고, 취업 보조금이고, 아들의 곤경이고 하는 것들이 미끼인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에 대한 사랑에 눈이 멀어서 자신의 희로애락과 시간을 희생한 대가인 돈을 범죄자들에게 줘 버리고 만다는 것입니다. 신뢰를 기망하는 행위는 상당한 좌절감과 허탈함, 그리고 범죄를 당한 자신이 무능하고 멍청해 보이는 감정까지 남기고 맙니다. 그리고 물리적인 손실은 회복가능 여부에 따라 또 큰 상처를 남기고 맙니다. 얼마 전 200만 원 대의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자가 된 한 여성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기사를 봤습니다. 잃은 돈이 크든 적든 그 돈은 누군가에게 전부이고,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삶에 불행을 선사할 사람뿐이라는 존재의 환멸감을 심어주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사기 범죄가 이러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가족 간 암호, 혹은 은어를 정해 두시고, 확인 절차가 끝나지 않으면 그런 가족 따윈 당장 없다고 생각하십시오. 악한 사람을 잡을 길이 요원하다면 스스로 강해지는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