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와 잡담이 가득합니다. 연람에 참고 바랍니다.>
선생님은 제자를 왜 떠났나?
영화 <블랙>의 시작은 성인이 된 미셀이 자신의 선생님이었던 사하이를 그리워하는 장면입니다. 그녀는 점잔 하게 차려입고, 손끝으로 의사를 전달하며, 쓸쓸한 모습으로 겨울의 온도를 누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 선생님과 자주 함께 있었던 분수대 앞에서 사하이가 나타나고, 미셀은 눈물을 흘리며 사하이를 반깁니다. 그런데 사하이는 미셀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알아보지 못하는 수준을 넘어, 사하이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자 미셀은 자신이 사하이를 돕겠다고 합니다. 왜냐면 그가 미셀을 무지의 어둠에서 지식의 빛으로 이끌어준 구세주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야기는 과거로 돌아갑니다. 아기 미셀은 어떤 병을 앓았는지 듣지 못 합니다.. 듣지 못하니 말도 못합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눈도 보지 못합니다. 결국 미셀의 집에서는 미셀이 짐승처럼 감각과 감정에만 치우쳐 사는 것을 보고도 못 본 척합니다.. 그녀는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사고를 치고 다녔고, 집에 불이 나게 하거나 동생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했습니다. 이에 미셀의 아버지는 미셀을 시설에 맡기려고 하고, 어머니는 어쩌면 마지막 일지도 모르는 선생님을 초빙해 옵니다. 그가 바로 사하이입니다. 이전에도 물론 가정교사는 있었지만 그들은 미셀의 난폭함에 짐을 싸고 나가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사하이는 달랐습니다. 그는 한때 앞을 보지 모 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눈 수술 후 시력을 찾은 그는 누구보다도 보지 못함을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미셀에게 다소 거칠게 다가가 그녀가 짐승이 아닌 사람으로 대우받을 수 있도록 교육을 합니다. 지금까지 만나 본 적 없는 강력한 선생님에 놀라고 반항하고, 괴로워하던 미셀도 점점 그에게 익숙해 져 갑니다. 사하이는 그녀에게 수화를 가르치지만 사실 미셀은 자신이 하고 있는 손동작이 무엇을 뜻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냥 손을 끌고 가서 휘저으니까 따라 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주변에서도 미셀이 수화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사하이에게 더 이상 미셀을 가르칠 필요가 없으니 당장 집에서 나가라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사하이는 이에 비가 쏟아지는 마당에서 미셀에게 지금 흐르는 이 감촉이 물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미셀은 물이라는 말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재서야 자신을 손을 잡고 흔드는 그것에 단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미셀은 왕성한 호기심으로 사하이의 손을 잡고 묻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미셀은 어둠 속에 갇혀 있던 세상에서 의미라는 빛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미셀은 더 이상 짐승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잘 교육 받은 레이디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상당히 밝고, 외향적인 성격으로 말입니다. 그녀의 동생은 모든 관심이 미셀에게 쏟아지는데 불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미셀은 지적 호기심이 더욱 왕성해지고 점자를 읽으며 지식을 쌓을 수 있게 되었고 대학에 다니게 됩니다. 사하이의 수화로 수업을 함께 들으며, 그녀는 점점 선생님 사하이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게 됩니다. 사실 이것이 문제였습니다. 그 무렵 사하이는 초기 알츠하이머 증상을 겪게 되고, 자신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제자의 모습에 앞날을 예상할 수 없는 자신이 방해가 될 것을 알고 스스로 미셀을 떠난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영화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성숙해진 미셀은 순흑의 어둠 속에서 자신을 빛으로 이끌어준 사하이를 자신이 구하리라 다짐합니다. 지금 사하이는 존재의 상실이라는 어둠에 갇혀 있을 테니 말입니다.
영화 블랙을 보면 너무나도 생각나는 그 사람
영화 <블랙>은 우리에게 앤 설리번과 헬렌 켈러의 이야기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역사 속에서도 영화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어릴 때 뇌수막염을 앓은 아기가 보이지도 듣지도 못하는 상태로 좋은 스승을 만나 대학까지 가게 된 이야기 말입니다. 물론 앤 설리번화 헬렌 컬러는 동성이니, 영화와 완전치 일치하지 않지만 말입니다. 영화를 보고 헬렌 켈러가 생각나서 핼렌 컬러가의 인생을 검색하던 중, 그녀가 가까운 일본에 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키타 견을 키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고, 일본으로부터 아키타 견 한 마리를 분양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개의 이름이 가미카제 고(5)입니다. 이게 뭐지? 가미카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미국 항공모함에 자살 폭탄 비행 공격을 한 비행대를 이르는 말입니다. 일본어를 모르는 헬렌 켈러가 그런 이름을 지었을리 만무하고, 일본이 지어준 이름을 확률이 높은데, 만약 일본이 그런 이름을 지어서 헬렌 켈러에게 선물한 것이라면, 상당한 유감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실화도 영화도 감동적입니다
사실 눈도, 귀도 들리지 않는 사람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앤 설리번의 이야기도, 사하이의 이야기도 감동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선생님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영화로 자주 <블랙>이 언급된다고 합니다. 저는 사실 지식을 추구하는 것 자체로 영화 <블랙>은 상당히 의미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눈도, 귀도 닫고 있는 삶을 사는 게 아닌지,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물질적인 풍요의 수단에 착념하는 것 보다는 마음에 도서관을 지어나가는 게 어떨지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