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가득 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면 뒤로 돌아가기를 눌러주세요. >
엄마와 딸의 영혼이 바뀌었다고?
일본 영화 <비밀>은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스기타 패밀리는 화목한 가정이었습니다. 아빠, 엄마 그리고 예쁘고 공부 잘하는 딸. 이렇게 셋은 마치 영화에나 나오는 (실제로 영화에 나오고 있지만) 아주 이상적인 가정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나오코와 딸 모나미는 버스 졸음운전 사고로 그만 사고를 당합니다. 혼자 즐겁게 식사를 준비하던 아빠 헤이스케는 TV를 통해 자신의 가족이 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얼른 병원으로 다가갑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던 두 여자가 나란히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본 헤이스케는 충격을 받고 맙니다. 그때 목숨이 경각에 달렸던 나오코는 자신의 옆에 누워 있는 딸의 손을 잡게 되고 그대로 숨을 거둡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깨어난 딸 모나미의 상태가 이상합니다. 모나미는 자신이 나오코라고 합니다. 하지만 헤이스케는 딸 모나미가 어머니를 잃은 충격에 정신을 놓았다고 생각합니다. 나오코의 장례식을 치르고 집으로 돌아온 헤이스케와 모나미. 하지만 모나미는 헤이스케에게 자신과 헤이스케가 어떻게 만나 어떤 사랑을 하고 어떻게 결혼을 했는지 모두 말했고, 헤이스케는 자신의 딸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이의 영혼이 자신의 아내 나오코라는 것을 받아들입니다. 나오코는 자신이 살고자 하는 열망으로 딸의 육체를 빼앗았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느끼고, 언젠가 딸이 돌아올 때를 대비해 나오코로서 열심히 살아갈 것을 다짐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부부로서 너무나도 서로 사랑했던 헤이스케와 나오코. 비록 나오코가 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둘은 엄연한 부부였고, 나오코는 헤이스케에게 부부관계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헤이스케는 자신의 어린 딸의 모습으로 그런 말을 하는 나오코를 나무랍니다. 하지만 나오코가 연애를 하는 것은 견딜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나오코고 헤이스케에게 여자가 생기는 것이 너무 싫습니다. 둘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다가갈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나오코는 이런 관계를 끊어 내기 위해 일부러 연애를 해보지만 헤이스케는 그 자리에 갑자기 나타나 “우리는 우주에서 왔다!”라는 정신 나간 말을 하고는 나오코의 연애에 재를 뿌리기도 합니다. 결국 자신이 존재 하는 것이 모두에게 불행인 것을 안 나오코. 자신이 없어져야 하는 존재임을 자각합니다. 그런 결심이 있은 이후 어느 날 갑자기 모나미의 영혼이 돌아옵니다. 모나미가 돌아왔다는 생각에 신이 난 헤이스케는 모나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합니다. 그리고 한마탕 모나미가 잠들고 나면 나오코가 돌아옵니다. 이런 날들이 며칠 반복되고 결국 헤이스케와 나오코는 영원한 이별을 감지하고 둘만의 이별식을 치릅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모나미 어떤 청년과 결혼합니다. 그는 사고가 났던 버스를 운전했던 버스기사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결혼식 날 모나미와 신부 대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헤이스케. 모나미는 아버지인 헤이스케의 척 밑 수염을 보고 “덜 깎였어.”라고 말하고는 헤이스케의 턱을 만집니다. 이는 사실 나오코의 버릇. 그렇습니다. 사실 모나미는 처음부터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헤이스케의 삶과 모나미의 삶을 위해 떠난 척을 한 것이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비밀” “비밀”이었던 것입니다. 영화의 마지막은 아련하게 끝납니다. 헤이스케는 자신의 딸과 아내를 모두 맞이하는 사위를 두 대만 때리자고 말합니다. 사실 그의 아버지가 딸과 아내의 운명을 뒤흔든 것이나 나름 없으니, 두 대 때릴만했던 것 같습니다.
딜레마의 묘미
영화에는 여러 가지 딜레마가 생각납니다. 딸이 돼 버린 아내. 가족을 뒤흔든 남자의 아들과의 결혼. 사랑 때문에 살고 싶었지만 사랑 때문에 죽고 싶어지는 나오코. 이런 딜레마를 이입해서 보는 묘미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도 이와 유사한 딜레마와 빙의를 소재로 사용한 영화가 있습니다. 이병헌, 이미연 주연의 <중독>이 있습니다. 역시, 딜레마는 맛있는 소재인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재밌는 영화
영화 <비밀>은 개봉한지 22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재밌고 아름답습니다. 당시 일본의 하이틴 스타였던 히로스에 료코의 청순하고 풋풋했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심야식당의 마스터도 보실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 내공이 탄탄한 배우들을 많이 보실 수 있습니다. 여름을 주요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상큼하고 시원한 영상미 또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