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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모험의 시작, 삼장 법사의 탄생

by 아일야블로그 2024.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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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서유기, 주성치가 준비한 만찬

중국의 고전 서유기는 이미 수 없이 많이 재해석되고, 리메이크 되어온 작품입니다. 특히 중국에서는 영화는 물론 여러 버전의 드라마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서유기를 모티프 삼은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과거 <서유기_선리기연>, <서유기_월광보합>으로 손오공의 역할을 맡았던 주성치가, 이번엔 서유기로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이번 <서유기,모험의 시작>이 기존 서유기와 다른 점은 손오공의 탄생이나 손오공의 능력에 치중을 한 것이 아닌, 한 나약한 인간이 불교의 도리를 진정으로 깨우쳐, 중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참된 스님이 되는 삼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주성치 영화 특유의 깨알재미가 쉴 틈 없이 등장하고, 또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주인공이 얻어맞는 비참한 장면도 나옵니다. 그리고 인생을 달관한 듯 한 깨달음도 영화에 강하게 등장합니다. 정말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재주를 다 쏟아낸 선물 같은 작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영화에 사용된 음악과 단주가 달빛 아래서 춤을 추는 장면 등이 표절 시비가 있었지만 잘 해결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삼장법사는 왜 세 요괴(원숭이 , 돼지 , 물고기 요괴)를 거둘 수 있었는가?

불교에서 수행과 정신을 방해하는 요소를 오욕칠정으로 봅니다. 오욕이란 재물욕, 명예욕, 식욕, 수면욕, 색욕의 7가지 욕구를 말하고, 칠정이란 기쁨, 성냄, 근심, 두려움, 사랑, 미움, 욕심의 7가지 감정을 말합니다. 불가에 기이하기 위해서는 이 57정을 끊어 내야 한다고들 알려져 있는데, 그 모든 것을 쉽게 끊어내는 한 남자, 현장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일견 보기엔 땡중 같아 보이는 현장의 스승은 그에게 미션을 주며 요괴를 잡아오게 시킵니다. 그가 가진 것은 엄청난 도력이나 주문이 아닙니다. 그저 요괴를 잠재울 수 있다고 알려진 동요 수준의 노래였습니다. 무작정 요괴로부터 사람을 구하고, 막상 자신의 목숨은 돌보지 않는 현장 앞에 퇴마사 단주 아가씨가 등장합니다. 그녀는 엄청난 힘으로 물요괴(후일 사오정)을 붙잡고, 현장에게 홀딱 반합니다. 하지만 현장은 불가에 기이한 몸으로 여자를 가까이해서는 안 됩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단주는 꾀를 내어 억지로 현장과 혼인을 하려 하지만 결국 그녀의 사기는 들통 나고 맙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억지로 단주와 동침을 할 뻔 했던 현장은 단주에게 분노하며 스승님의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하지만 혼자선 모든 것이 역부족입니다. 사람을 먹는 돼지요괴를 잡는 것도 단주의 도움으로 해결합니다. 단주는 그렇게 현장에게 손을 내밀지만 현장은 그녀를 매몰차게 밀어내며, 스승님의 마지막 미션을 수행하러 갑니다. 어렵사리 도착한 곳에서 현장은 스승님이 말한 거대한 부처를 찾는데 성공하고, 그곳에서 밤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그곳에 봉인 돼 있던 원숭이의 꾀에 넘어가 그를 풀어주게 되고, 현장은 원숭이(손오공)에게 죽기 직전까지 얻어맞게 됩니다. 그때, 갑자기 그를 구하기 위해 단주가 나타나고 단주는 현장을 위해 애쓰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때 현장은 자신이 외면해 왔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닫습니다. 백성을 구제하는 큰 사랑만이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남녀의 사랑을 하찮게 생각하며 외면해왔던 현장은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사랑이며, 남녀의 사랑을 모른다면 중생을 구제하는 길 또한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렇게 깨달음을 얻은 현장은 단주가 전에 찢었다가 다시 붙여온 동요책을 읊습니다. 단순한 동요책인 줄 알았던 이 책은, 단주의 사랑으로 여래진경의 불경으로 바뀌어있었습니다. 그 책을 읊자 거대한 부처가 산에서 눈을 뜨고, 사악한 원숭이인 손오공을 붙잡게 됩니다. 손오공은 단주의 무기였던 긴고주(혹은 금고환)을 머리에 두르게 되고, 더 이상 현장의 말을 거스를 수 없게 됩니다. 인간사의 큰 사랑과 깊은 사랑, 남녀의 사랑 또한 모두 깨달은 현장은 스승에게 새 이름을 받습니다. 삼장. 그렇게 중생을 고통에서 구하기 위해 천축에서 서경을 구하러 가는 삼장 법사가 탄생한 것입니다. 그리고 요괴가 득실득실한 그의 여정에 세 요괴가 동행합니다. 바로 원숭이 요괴인 손오공, 돼지 요괴인 저팔계, 물고기 요괴인 사오정입니다.

 

 

사랑에 대한 고찰

인간의 기본적인 사랑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중생을 구원하고자 하는 사랑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남녀 간의 사랑을 작은 사랑니, 속된 사랑이니, 불도를 방해하는 사랑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스승님은 현장에게 가르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삼장도 단주를 사랑했습니다. 그들의 사랑에 기한이 있다면 천년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삼장의 여정엔 하늘의 구름과 같이, 밤의 별무리 같이 단주를 향한 사랑도 함께 할 것을 보이며,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서유기,모험의 시작>은 어쩌면 감독 주성치가 인생을 살며서 얻은 깨달음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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