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와 잡담이 가득합니다. 연람에 참고 바랍니다.>
신축 바닷가 집에 갔더니 전에 살던 사람으로부터 편지가 왔다.
영화 <시월애>는 한자로 時越愛로, 시간을 초월한 사랑이란 뜻의 영화입니다. 영어 제목은 A Love Story로 우리가 아는 흔한 사랑 이야기라고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물론 시간을 뛰어넘는 판타지 로맨스가 일상적으로 우리가 겪는 사랑은 아니겠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감정의 흐름이나 사랑에 대한 감각은 어쩌면 흔한 사랑이야기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영화 <시월애>는 제목 그대로 시간을 초월한 사랑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바다위에 지어진 집에 이사한 성현(이정재)은(이정재) 편지함에 남겨진 편지를 보게 됩니다. 자신이 꼭 받아야 하는 편지가 있으니 편지가 오면 전달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날짜며 편지에 적힌 추신이 이상합니다. 성현은 이모가 지은 집에 이사 와서 집 이름을 직접 지었는데, 편지에는 그가 지은 집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편지에 쓰인 날짜는 무려 2년 후인 미래였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서로의 편지에 적힌 날짜를 보고 장난치지 말라고 말을 했지만 미래의 그녀 은주(전지현)에가(전지현) 성현이 겪게 될 날씨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보고 성현은 그녀가 미래의 사람 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성현의 집 앞에 있던 우편함에서 머리띠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시간을 초월해서 감정을 나누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의 다른 시간을 받아들이고, 감정을 나누게 됩니다.
은주의 시간에 성현은 없었다.
그런데 신기합니다. 편지를 나누는 과정 속에서 서로에 대한 호감을 느낀 두 사람. 그런데 은주는 한 번도 자신에게 다가와 친한 척을 하는 성현이란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만나자는 약속에서도 성현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 사이의 2년 이란 시간 속에서 은주는 익숙한 상실감을 느낍니다. 자신이 사귀던 남자는 애니메이션을 배우겠다며 미국에 가려했고, 성우를 준비하던 은주는 같이 미국에 가자는 남자친구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혼자 한국에 남게 됩니다. 그 시간 동안 은주의 남자친구는 미국에서 바람을 피우게 되고, 은주는 가슴 깊이 상처를 받습니다. 그런데 성현과의 감정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지금 곁에 없는 남자친구의 모습과 성현의 부재가 겹치며, 그녀는 다시 가슴아파합니다. 그리고 만나지 못한 성현보다는 사귀었던 남자 성현을 다시 붙잡길 원합니다. 그래서 은주는 성현에게 자신이 헤어지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편지를 보냅니다. 2년 전의 남자에게 어떤 것을 부탁하는 것인지... 은주는 자신에게 나타나지 않았던 성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그가 졸업한 대학에 들르게 됩니다. 그리고 성현이 2년 전 여의도에 올라와서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때 은주의 머릿속을 스치는 2년 전의 기억. 은주는 남자 친구가 유학 가기 전 카페에서 이별 데이트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카페 앞에서 어떤 남자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제야 자신이 성현을 만났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은주는 급하게 달려가 제발 나타나지 말아달라는 편지를 쓰게 됩니다. 과연 그 편지로 성현의 죽음을 막을 수 있을까?
시간을 초월한 기적은 흔적을 남깁니다.
영화는 우편함 앞에서 눈물 흘리는 은주의 모습에서 시간이 거꾸로 흘러갑니다. 그리고 자동차에 치여 길바닥에 흘렀던 성현의 피도 거꾸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은주가 처음 바닷가 집에서 이사 나가는 장면으로 바뀝니다. 은주는 이사를 가기 위해 집 밖에 짐을 내 놓고, 그때 은주 앞에 은주의 편지를 든 남자가 뚜벅뚜벅 걸어옵니다. 그리고 그는 말합니다. “지금부터 아주 긴 이야기를 시작 할 텐데, 믿어줄 수 있어요?” 성현은 살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은주가 바닷가 집을 나오던 시기에 성현은 은주에게 찾아갑니다. 2000년의 은주가 아직 성현과 편지를 주고받지 않은 때로 말입니다. 이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지는 잘 모르지만 아마도 이번엔 성현이 은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자신을 납득시키지 않을까 합니다. 이건 시간을 초월해 목숨을 이어간 성현이라는 남자가 감당해야할 문제겠지요.
개봉 할 때 반응을 기억한다
영화가 개봉했던 2000년 9월, 시월애에 대한 평단의 평도, 흥행도 크게 좋지 않았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5월에 개봉 했던 <동감> (2000)이 시간을 초월한 사랑이야기로 인기를 이미 끌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의 소재가 비슷한 기분이 많이 들어서 <동감>과 <시월애>중 둘 중 무엇을 보는 게 좋으냐는 물음에 주변의 친구들이 모두 <동감>을 이야기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렇게 24년이 흐른 지금 영화 <시월애>는 상당히 높은 평정을 갖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시간이 지나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영화가 된 것인지,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만 평점을 준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영화에는 2000년이라는 밀레니엄의 혼돈의 향수가 잘 묻어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버리고 바람까지 핀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는, 지금으로서는 위로조차 하기 힘든 여자가 등장합니다. 어쩌면 그런 짓을 해도 사랑했던 기억이 더욱 아름답게 기억돼서 일지도 모릅니다. 어쨋든! 24년 전 영화에는 24살 어린 전지현과, 이정재가 등장합니다. 풋풋한 시절의 두 분이 보고 싶으시다면 OTT를 열어보시기 바랍니다.
욕조에서 바다로 간 물고기
영화에는 성현이 욕조에서 키우던 물고기가 있습니다. 블렉 고스티 피시로 기수어종에 속하는 물고기라고 합니다. 즉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에서 서식하는 어류로, 다른 세상을 오가는 물고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해수와 담수에 적응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물고기 입장에서는 지구에서 우주로 나갈 수 있는 것이니 말입니다. 성현은 자신의 욕조, 즉 자신의 세상에서 물고기를 키웁니다. 이는 어쩌면 은주에 대해 커져가는 마음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은주를 은주의 남자친구와 헤어지지 않게 도와주겠다는 결심을 하고 성현은 자신의 욕조에 있던 물고기를 바다로 돌려보내 줍니다. 은주에 대한 자신의 사랑도 놓아주겠다는 뜻일 것입니다. 하지만 물고기가 특이했습니다. 고스트 피시는 만년 전부터 지금의 모습을 간직한 물고리라고 합니다. 오랜 시간 불변하는 물고기. 어쩌면 오랜 시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사람의 사랑 같은 물고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