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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쇼걸을 동경한 여자와 쇼맨의 법정 쇼

by 아일야블로그 2024.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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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봐도 될까?

 

뮤지컬 <시카고><오페라의 유령>, <위키드>, <캣츠>와 더불어 네임드 뮤지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인기를 방증이라도 하듯 뮤지컬 시카고는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뮤지컬이라는 무대 예술이 영화라는 영상 예술로 넘어오게 되면,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많은 각색을 거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로 인해 뮤지컬 고유의 멋을 훼손하는 경우도 있고, 혹은 뮤지컬은 표현하지 못했던 작품 본연의 맛을 살려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영화 <시카고>의 경우 다행스럽게도 후자인 것 같습니다. 뮤지컬에서 구현하지 못했던 록시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영화 특유의 현실과 공상을 오가는 연출로 훌륭하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시 쇼걸들에 의해 화려하게 꾸며지던 무대를 영화에 잘 옮겨 온 것 같아서 볼거리가 풍성한 영화가 되었습니다. 몰론 <물랑루즈><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영화에 비해 색채 자체의 다양성은 떨어지는 편이지만, 뮤지컬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다양한 색감을 갖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배우들이 자신의 내심, 상상 등을 나타내 장면에선 언제나 쇼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것처럼 연출을 하는데, 현실의 모습과의 차이 또한 나름의 볼거리가 됩니다.

 

금주법과 <시카고>

작품의 배경은 1920년대 금주법이 시행된 미국의 시카고 주입니다.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 이 금주법이 미국에 끼친 영향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일견 금주법은 술을 마시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으로 보이지만 실은 술을 제조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입니다. 청교도의 영향으로 술을 줄이고 청빈한 삶을 지향하는 제도로 보이지만 이 제도는 의외의 결과를 낳습니다. 그것은 마피아와 갱스터 같은 도시 단위의 범죄조직의 성장을 도왔다는 것입니다. 술을 마시는 것 자체를 금지한 것이 아니니, 술값은 뛰고, 술을 유통하는 집단 들은 점점 덩치를 키워 갔던 것입니다. 이때 형성된 조직들은 후일 마약밀매 사업으로 주된 사업을 바꾸어 진화하게 됩니다. 작품 <시카고>의 배경이 바로 이런 폭력 조직이 등장하고, 이로 인한 사회의 부정적인 현상들이 판을 치는 시대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작품 전체적으로 퇴폐적인 분위기와 법을 뛰어넘은 어떤 힘을 존재를 암시하는 내용이 지배적이었던 것입니다. 이를 나타내기라도 하듯, 변호사 빌리는 법정에서의 변론을 일종의 쇼로 봅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의뢰인을 자신의 쇼의 배우로 생각합니다. 결국 그에게 법정은 그가 감독, 각색, 연출하는 하나의 쇼였고, 검사나 판사마저 자신이 원하는 대사를 할 수 있도록 잘 컨트롤합니다. 어쩌면 작품 속 어느 쇼걸들 보다 더 훌륭하게 관객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죄고의 쇼맨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시카고의 간단한 줄거리

이야기의 시작은 벨마 켈리의 공연을 보며 쇼걸의 살을 동경하는 록시 하트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곧 벨마가 자신의 남편과 바람난 자신의 여동생과 남편을 죽이고 공연장에 오른 것이 밝혀지고 체포되게 됩니다. 한편 자신을 무대에 올려준다며 유혹했던 남자와 정사 후 버려지게 된 록시는 홧김에 그를 쏘아 죽이게 되고, 결국 벨마처럼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이때 시카고를 주름잡는 변호사, 빌리 플린을 만나게 되고, 두 여자는 교수형을 피하기 위해 빌리 플린이 만든 법정 쇼에 몸을 맡깁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동정을 살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던 빌리는 록시의 부족한 수임료를 벌기 위해, 그녀의 가짜 사연을 팔아 록시의 사건 현장을 경매로 팔아버리는 대단한 장사꾼의 면모를 보입니다. 그리고 신문 1면을 가득 채우는 록시의 스토리를 적극 활용해 언론을 조종하고, 그녀를 이 시대의 아이돌로 만들어 버립니다. 록시로 인해 세간의 관심이 떨어진 벨마는 감옥 안에서 록시와 신경전을 벌이고, 록시의 비밀 일기를 재판에 제출해 록시를 위험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빌 리가 짠 연극의 일부. 결국 록시와 벨마는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무죄로 풀려나고, 록시와 벨마는 살인자였던 자신들의 과거를 이용한 쇼를 꾸며 인기를 얻으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 시카고.

권선징악과 같은 이야기 구조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시카고>의 내용이 다소 불만족하거나, 아예 내용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극 자체가 언론 플레이로 재판을 조종하고, 가십으로 진실과 사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일반 대중과 극심한 범죄 자체에 무감각해진 사회 전체에 대한 강한 조롱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시카고>의 결말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말 일수 있습니다. 결국 당시 무법천지로 불리던 지역 시카고에 대한 강한 지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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