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가득 있습니다. 원치 않으시면 뒤로 돌아가기를 눌러주세요. >
몇 안 되는 선한 사람들은 사실 법정이 낯설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어퓨굿맨은 정의를 위해서 여러 가지 위협적인 일들을 물리치고 법적으로 싸우는 법관들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관타나모만 해군기지에서 벌어진 한 해병의 사망사건입니다.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동료 해병이었고, 그 해병들의 변호를 위해 해군 수사관이자 변호사인 조앤(데미 무어)가 변호를 자청합니다. 하지만 상부에서는 이 사건이 불편한 사실(군비의 비리)을) 담고 있기 때문에, 순수하게 사건을 철저히 파헤칠 변호사보다 조용히 사건을 해결해 줄 변호사를 찾습니다. 그가 바로 대니얼 캐피 중위(톰 크루즈)입니다. 그는 뛰어난 법조인을 아버지로 두고, 군 장학금으로 하버드 로스쿨을 나온 수재입니다. 그는 어째서인지 법정에 서지 않습니다. 그는 그저 합의로 사건을 해결하는 합의 전문 변호사입니다. 군 검사측과는 형량 또한 거래합니다.. 그런 그가 순수한 열정이 가득한 변호사 조앤을 만나고,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한 후 법정에서 변호를 하게 되는 내용입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어 퓨 굿 맨은 몇 안 되는 선한 사람을 뜻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그 선한 사람을 캐피 중위와 함께 거대한 군대 권력과 맞서 싸운 변호사들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무소불위의 권력 앞에서 선함, 즉 양심을 지켜내는 행위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선함이라는 절대적인 가치를 지켜내는 사람이 적은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관타나모만 해군기지의 법이자 왕, 제셉 대령
영화의 주된 무대는 관타나모만에 위치한 미해군기지입니다. 그리고 관타나모 만에서 미군이 눈을 부라리고 있었던 상대는 바로 쿠바입니다. 미군과 쿠바의 대치는 냉전시대를 대표하는 사건이었습니다. 쿠바는 카리브에 있는 섬나라로 현재 아메리카 지역에 위치한 유일한 공산주의 이념을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미국의 코앞에 위치한 공산국가 쿠바를 경계하는 총책임을 맡은 제셉 대령. 그는 이곳의 법이자, 대령이자, 왕이었습니다. 그의 말이 법이었고, 그로 인해 기지 내의 해병들은 잘못된 명령일지라도 무조건 따랐습니다. 일명 코드 레드라고 불리는 집단 따돌림, 폭행일 지라도 말입니다.
영화 내에서는 쿠바를 경계하는 총책임을 맡은 제셉 대령의 프라이드가 상당히 높게 표현됩니다. 자신이 있기 때문에 미국의 국민이 발을 뻗고 잠들 수 있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사실 전시국가인 한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군인 있기에 발을 뻗고 잠잘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의 국인은 스스로 그런 도를 넘은 자부심에 취해 사는 군인의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그의 모습이 크게 공감 가지는 않았습니다. 하긴 영화 속 악인의 모습에 공감이 가는 일은 쉽지 않죠. 어쨌든 영화 속 그의 모습은 마치 수백 년 전, 명나라의 장수 이성량을 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명을 위해 여진족 거주지에서 여진족을 감시하고, 요동 지방에서 요동왕이라는 별칭을 얻은 모습 말입니다. 주둔지에서 최고 사령관이 되면 수 백 년 전이나 현대의 모습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영화 속 그의 모습은 전형적인 악인, 그 자체였습니다.
그들의 빛나는 시절을 빛나는 연기력과 함께!
사실 영화의 스토리라인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군대에서 사건이 터지고, 그 사건의 배후에 대령이 있고, 군 조직의 조직적 사건 은패에 맞서 선한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고군분투 한다! 스토리 라인은 아주 간단한데 영화의 몰입력이 장난이 아닙니다. 법정물이 주요 소재인 만큼 영화에 나오는 대사 하나하나가 쓸데없는 게 없이 잘 짜여있다고 생각됐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할리우드의 보석 같은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젊음과 연기력을 분출해 내는 모습에 감동을 느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화가 만들어질 당시의 미국인의 감정 흐름을 따라가기 힘들었다는 것입니다. 문화차이? 그래서 그런지 처음 볼 대보다 재차 볼 때, 즉 서로의 행동 동기인 감정 상태를 알고 볼 때가 더 재밌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영하는 감정이 변해서 행동이 변하는데까지의 장면을 짧게 보여줍니다. 술집에 혼자 앉아 고민 하는 장면, 옆 테이블에서 변호사가 하는 이야기를 듣는 장면, 빠르게 해가지는 장면 등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그 장면이 감정이 움직이는 시간으로 잘 비치지 않았습니다. 너무 급하게 지나간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담을 내용이 그만큼 촘촘하고 많았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화 뒤에 아직 남은 실화
군대에서의 집단 폭행은 군대 조직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 했던 것은 영화 속 이야기가 결코 완벽한 허구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영화 <어 퓨 굿 맨>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극작가 에런 소킨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연극을 영화로 옮긴 작품입니다. 에런 소킨의 여동생은 변호사였습니다. 그녀가 담당했던 사건을 접한 에런이 영감을 받아 극본을 집필한 것입니다. 그런데 영화가 상영된 후, 데이비드 콕스라는 인물이 이 영화의 내용이 자신의 이야기라고 주장하며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는 영화의 내용 이외에도 다른 비리를 고발하겠다고 말하며 언론과의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데이비드 콕스는 의문의 죽임을 당하고 맙니다. 자신의 집에서 약 8km 떨어진 사격장 근처에서 발견된 그의 시신은 마치 처형이라도 당한 듯 목 뒤에서 총을 맞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전역 후 한 번도 입지 않은 해병대 재킷을 입은 채로 말입니다. 하지만 그를 죽음으로 내몬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이 사건은 미재사건으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현실은 a few good men이 아니라 few good men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