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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쿠(2006),역사에 남긴 스캔들

by 아일야블로그 2024.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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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한가득 있습니다. 연람에 주의 바랍니다.>

 

 

오오쿠(2006)_나카마 유키에 주연

 

고쿠센의 그녀, 나카마 유키에의 오오쿠

2006년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오오쿠>는 당시 일본 극장가를 씹어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입니다. 최고의 인기 스타였던 나카마 유키에의 연기 변신을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했고, 오오쿠 특유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채감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예쁘다”라는“예쁘다” 생각이 끊이지 않게 했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특히 오오쿠의 여자들이 입고 나오는 우치카케는 화려하지만 절제미가 있어 작품을 보는 재미를 더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오오쿠>의 주연 배우인 나카마 유키에는 한국에 고쿠센이나 트릭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입니다. 전반적으로 의협심 강하고, 로맨스와 거리가 멀고, 또 익살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줬던 배우였는데, 정통 사극에 도전한다니 저도 많은 기대를 품고 영화를 봤습니다. 그리고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여서 그런지, 영화의 엔딩은 일본 영화 특유의 담담하고 건조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번엔 역사에 있었던 이야기

오오쿠는 쇼군의 처,, 아이들 그리고 쇼군의 어머니가 기거하는 공간입니다. 이곳엔 아이들을 제외하면 오직 여자들만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여자들이 갇혀 사는 공간이라서 그런지 여자들에게 후합니다. 특정 신분 이상이 되면 키모노도 마음껏 입을 수 있고, 여자들도 자신의 직무를 받아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운이 좋으면 최고 권력자인 쇼군의 첩이 되어 평생을 노동에서 해방돼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오쿠에는 산해진미와 많은 재화가 오갑니다. 그런 오오쿠의 살림을 맡아서 관리하는 최고의 직위는 소-토리시마리(総取締 /조선의 최고상궁과 유사)입니다. 영화 <오오쿠>의 주인공은 바로 77대 쇼군의 오오쿠의 최고관리자인 에지마입니다. 에지마의 자리는 오오쿠에 기거하는 많은 후궁님들에겐 아주 중요한 자리였습니다. 누구에게 더 좋은 방을 주고, 누구에게 더 많은 권력을 주는지, 에지마의 자리에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에지마가 최고관리인으로 있는 오오쿠에는 생각지도 못한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일단 7대 쇼군이 너무 어립니다. 무슨 말이냐, 당시 쇼군이었던 이에츠구의 나이가 다섯 살, 만으로 한다면 3~4살 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쇼군의 처와 첩으로 북적거렸어야 할 오오쿠가 선대 쇼군의 처첩이 북적거리는 곳이 되어버리고 만 것입니다. 그리고 새롭게 들어오는 쇼군의 후궁 후보들도 사실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 것이었습니다. 한데 현재 쇼군의 어머니는 원래 오오쿠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여자였고, 아들 하나 잘 둔 덕에 오오쿠에서 최고의 서열이 되고 만 것입니다. 북적북적한 선대 쇼군은 처첩은 졸지에 찬밥 신세가 돼 버린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 에지마는 현 쇼군의 어머니(겟코인) 편에 서는 사람. 결국 그로인해 알게 모르게 오오쿠 내에서의 서열 싸움이 생기게 된 것이고, 에지마는 그런 그들 사이에서 새우등이 터지는 신세가 된 것입니다. 현 쇼군의 어머니인 겟코인의 날개를 꺾기 위해 전 쇼군의 처첩들은 겟코인의 날개중 하나인 에지마에를 함정에 빠뜨리기로 합니다. 당시 상인문화가 불붙기 시작하던 에도, 그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뭐니뭐니해도 가부키 배우. 가부키 배우들은 돈을 주면 여자와 사랑도 나눠주는 존재들이었습니다. 그를 이용해 에지마를 낚을 계획을 세우는데, 태어나서 한번도 남자에게 사랑이란 감정을 품어 본 적이 없던 에지마는 최고의 가부키 배우 이쿠시마 신고로를 보고 가슴 설렘을 느낍니다. 그리고 결국 그를 사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모든 판을 짠 사람은 기회를 봐서 에지마를 궁지로 몰아넣고, 오오쿠의 여관 신분으로 다른 남자와 밀회를 가진 에지마는 결국 오오쿠에서 쫓겨나고, 에지마와 사랑을 나눴던 이쿠시마 신고로는 사형을 당하고 맙니다. 영화는 에지마가 떠난 거슬 아쉬워하는 어린 쇼군의 어깨를 비춰주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고 자신의 삶을 길을 찾아가는 에지마의 모습으로 끝납니다.

 

결국 정리되는 오오쿠.

날개가 꺾인 겟코인은 힘의 싸움에서 밀리고 맙니다. 하지만 7대 쇼군의 집권조차도 짧게 끝이고 맙니다. 그는 8살이 되던 해에 짧은 인생을 끝맺고 맙니다. 다음 쇼군이 된 사람이 바로 개혁군주 8대 쇼군 요시무네입니다. 그는 쇼군이 되자마자 오오쿠 개혁을 단행하고, 오오쿠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합니다. 결국 권력을 가지려 아웅다웅해봤자 손에 잡히는 건 바람도 아닌 자신의 손가락뿐인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개 쇼군(장군)이 왜 대를 잇는가?

오오쿠는 도쿠가와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에도성에 깊숙한 곳에 지어진 하나의 공간입니다. 조선시대의 지밀과 같은 시설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일개 쇼군, 즉 장군가가 대를 이어서 장군의 직위를 갖고, 또 그 대를 잇기 위한 지밀과 같은 시설인 오오쿠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은 의아해할 것입니다. 그런데, 일본의 역사는 아주 오래 전부터 무인들이 정치의 많은 권한을 천황가로부터 받아내 천황이 있는 교토에서 떠나, 새로운 곳에서 정권을 행사하는 기구인 막부를 만들어 정치력을 행사해 왔습니다.. 한국의 고려라는 나라에서 무신 정변으로 고려 황실이 아닌 무신의 집인 정방에서 정치를 했던 것과 유사하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 막부를 열었던 가마쿠라막부에서 가마쿠라 막부의 수장이 받았던 직급 이름이 정의대장군입니다. 이 정의대장군은 천황에게 권한을 내려받아 정치, 국방, 치안, 외교 등을 담당하는 직급인 것입니다. 그런데 가마쿠라 막부는 일본의 귀족 사회와 가까이하다 보니,, 그들이 처음 무가정권을 이룩했을 때와 달리 정치적인 힘이 약해지고, 쇼군들의 귀족화가 일어나며, 정치적인 영향력도 줄어들게 됩니다. 이에 13363대 쇼군 요시미츠가 교토의 귀족들과 거리가 있는 곳인 무로마치에 막부를 세워 무로마치 막부가 생겼고, 후일 100년간의 일본의 전국시대가 끝나고 에도 막부가 생깁니다. 즉 이들은 국가의 대부분의 권력을 행사하고 지키기 위해 하나의 왕조를 이룩했던 것이라 보시면 됩니다. 천황이라는 상징적인 존재를 남겨둔 것은 아마도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다시 시작하기엔 반발이 심하니, 기존의 체제와 국명은 유지를 하고, 권력만을 떼어온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비겁하고, 또 어떻게 보면 합리적인 방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쨌든 막부는 이렇게 나라의 대부분의 권력을 행사하는 정의대장군의 대를 이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막부가 오오쿠 같은 시설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오오쿠가 생긴 것은 에도막부 시대, 그것도 3대 쇼군 때가 돼서야 생깁니다. 3대 쇼군은 남색을 즐겼고, 어머니와 유모의 알력 싸움으로 여자에 대한 좋은 인상이 없던 쇼군이라고 합니다. 이에 이에미츠의 유모였던 카스가노 츠보네가 에도성 안쪽에 여자들을 모아, 이에미츠의 취향에 맞는 여자를 데려다 놓는데서 오오쿠가 시작되었고, 오오쿠는 에도 막부가 멸망할 때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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