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를 한가득 담고 있습니다. 연람에 참고 바랍니다. >
또 다른 불린이란 성의 처녀
영화 <천일의 스캔들>의 영문 제목은 The Other Boleyn Gir (다른 불린 소녀)입니다. 동명의 소설이 있었고, 그것을 영화화 한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본 영화는 헨리 8세의 두 번 째 아내, 앤 불린에게 가려져 있는 그녀의 여형제, 메리 불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사실 주인공은 앤 불린(나탈리포트만)이 아닌 메리 불린(스칼렛 요한슨)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방영될 때의 제목이 <천일의 스캔들>이다보니, 한 남자를 둔 자매의 모습으로 포커스가 맞춰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메리 불린(스칼렛 요한슨)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시고 영화를 보시면 속이 몇 번은 뒤집어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불린 가문의 영광을 위해!
불린 가문은 귀족 사회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얻기 위해서 자신의 딸을 이용하려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프랑스와 영국은 서로를 경계하지만 서로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서로 왕비를 교환하고, 서로의 세력이 정치적으로 큰 뒷배가 되는 시대였습니다. 헨리 8세도 화친의 뜻으로 자신의 어린 여동생을 프랑스에 시집보냈습니다. 메리 불린은 공주를 따라 프랑스에 가게 됐습니다. 하지만 공주가 시집 간지 3개월 만에 루이 12세가 죽어버렸습니다. 메리 공주가 프랑스를 떠난 후에도 메리 불린 은 프랑스 왕정에 남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당시의 왕 프랑수와 1세와 프랑스 궁정의 다수의 귀족과 염문설을 뿌렸다고 합니다. 푸랑수아 1세는 메리 불린에게 “가장 수치스러운 창녀”, “나의 전용마차”라고도 하고, 프랑스 궁정의 귀족들은 메리를 두고 “누구나 올라 탈수 있는 잉글랜드산 암말”이라는 말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엄청난 추문으로 메리 불린 은 영국으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 토마스 불린은 불린가 문의 영광을 위해서 헨리가 참가한다는 파티에 두 딸을 데리고 가 연극 문대에 세워버립니다. 아버니는 사실 앤 불린을 헨리에게 붙여 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헨리는 모두의 기대를 외면이라도 하듯 메리 불린에게 사랑에 빠져버립니다.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 앤도, 토마스도 헨리가 메리와 동침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헨리의 아들을 낳은 메리 불린
이에 상심한 앤 불린이 마치 수사수행이라도 떠나듯 프랑스에 가서 교태와 남자를 유혹하는 기술을 배워 온 것처럼 묘사 돼 있습니다. 기록돼 있지 않은 부분은 재밌는 상상력으로 남기고, 어쨌든 메리 불린은 헨리 8세에게 상당히 순종적이었던 것으로 묘사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헨리 8세의 아이를 임신하게 됩니다. 그리고 메리의 출산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쯤,, 프랑스에서 앤이 돌아옵니다. 헨리는 급격하게 앤에게 빠져들고, 앤은 자신은 왕과 정식 결혼이 아니면 잠을 잘 수 없다고 말하며, 자신과 결혼할 것을 종용합니다. 헨리는 가질 수 없는 앤의 매력에 푹 빠지고, 앤을 갖기 위해 일단 메리가 낳는 아이를 부정해했습니다. 당시 왕비와의 사이에서 아들이 없었던 헨리는 아들이 없다는 빌미로 여러 여성들과 관계를 통해 아들을 낳으려 했고, 낳은 아들을 왕의 서자임을 나타내는 “피츠로이”라는 성을 붙였었습니다. 하지만 앤이 자신이 왕과 정식으로 결혼하면 아들을 낳을 것이고 사생아는 필요 없을 것이라는 악마의 속삭임을 하자, 헨리는 홀라당 이 말에 넘어가버리고 맙니다. 결국 메리 불린은 헨리 8세의 아들을 낳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헨리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당시 법적 남편의 성을 받게 됩니다. 역사에서도 메리의 아들을 자신의 사생아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메리의 아들인 헨리 캐리의 양육권을 앤 불린에게 준 것을 보면, 자신의 아들이라는 인지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천일의 스캔들은 앤 불린이 주인공.
앤은 자신의 자매가 낳은 왕의 아들의 정당한 권한을 빼앗고, 헨리 8세에게 이혼을 종용합니다. 앤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에 미쳐 헨리는 아라곤의 공주 캐서린과의 이혼이 아닌, 결혼 무효 소송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교황청을 캐서린의 조카인 신성 로마제국의 카를 5세의 눈치를 보며 헨리의 결혼 무효화 요청을 거절합니다. 이에 헨리는 교황청에 묶여 있지 않기 위해 종교개혁을 단행하고, 영국정교회를 만들어 교회의 머리가 되어버립니다. 이렇게 종교계와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헨리는 앤과 재혼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영국의 왕비가 된 앤은 헨리와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약속했던 아들은 낳지 못하고, 딸인 엘리자베스를 낳습니다. 그리고 유산을 겪고, 임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책감에 남동생과 관계를 가지는 것처럼 영화는 묘사하고 있습니다. 튜터 왕조가 이미 끝나고 스튜어트 왕조, 하노버, 윈저로 이어져온 영국의 역사 속에서 튜터 왕조의 불륜 스캔들의 진위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다수가 그러하다 여기는 근친 이슈를 영화의 절정을 잡은 것 같습니다. 영화 <천일의 스캔들>이라는 제목은 앤 불린이 왕비로 제위 했던 약 3년간의 기간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즉, 한국은 주인공을 메리 불린이 아닌 앤 불린으로 본 것입니다. 그런데 영화에서 보여주는 캐릭터의 매력이라는 측면에서 메리 불린보다 엔 불린이 훨씬 인상 깊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어쩌면 영화를 본 배급사에서 일부러 엔 중심의 제목을 붙인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영화는 역사를 모티프로 삼고 있다
영화 <천일의 스캔들>은 영국의 헨리 8세가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겪는 일과, 그렇게 원해서 결혼 했던 엔과의 불화를 담담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실제 역사에는 기록이 추정만 가능한 정도로 적혀 있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이유로 서로가 만나고, 또 서로를 등지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상당히 그럴 듯 한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헨리는 이 이후에도 4명의 아내를 더 얻으며, 결국 왕비 소생의 아들을 얻습니다. 하지만 그 아들은 일찍 죽고, 헨리의 장녀이자 캐서린의 딸인 메리가 여왕이 되고, 메리가 후사 없이 죽자 앤 불린의 딸인 엘리자베스가 다음 영왕의 자리에 오릅니다. 그리고 그녀 또한 후사 없이 죽자 화려했던 튜터 왕가는 막을 내리고 맙니다. 하지만 헨리의 사생아들이 여기저기서 헨리의, 튜터의 명맥을 이어 가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