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를 한가득 포함하고 있으니, 연람에 주의 바랍니다.>
핀라드에 일본 가정식당을 연 여자, 사치에
사치에는 핀란드 한 귀퉁이에 "카모메 식당"을 엽니다. 카모메는 갈매기를 뜻하는 일본어인데, 핀란드에 갈매기 식당을 연 것입니다. 갈매기는 바다를 자유롭게 날며 꿋꿋하게 사람들과 섞여. 사는 새입니다. 카모메 식당의 주인 사치에도 갈매기와 같은 성격을 갖긴 했습니다. 다만 음식을 뺏어 먹지는 않고, 음식을 만들어서 파는 식당 사장인 것 빼면 말입니다. 사치에는 자기 고집이 있고, 도전적이며, 규칙적인 성격의 사람입니다. 무도가였던 아버지에게 배운 무릎으로 걷기를 매일 자기 전에 하는 습관을 쭈욱 지키는 것을 보면 자신에게 베여든 시간에 긍정적인 기억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걱정 없어 보이는 핀란드 사람들의 모습에 반해 핀란드에 식당을 열었습니다. 오랜 시간 손님이 오지 않았지만 그녀는 꿋꿋이 장사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를 찾아온 핀란드 청년. 그는 소이 말하는 일본 오타쿠였습니다. 사치에는 자신의 식당 최초 손님인 그에게 평생 커피 공짜라는 특혜를 줍니다. 그리고 핀란드 청년이 묻는 가챠맨의 가사를 제대로 적어주지 못한 것에 답답해하며 가챠맨의 가사를 생각하며 서점에 들릅니다. 서점에 있을 턱이 없는 가챠맨의 흔적을 좇아서 말입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일본어로 된 책을 읽고 있는 미도리를 만납니다. 미도리는 가챠맨의 가사를 정렬적으로 적어주고, 둘은 안면을 트게 됩니다.
눈을 감고 지도에서 찍은 나라가 핀란드라 온 여자, 미도리
미도리는 사연이 있는 여자입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영화에서는 그녀의 슬픔의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다만 그녀는 사연이 많아 보입니다. 가챠맨의 노래를 아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사치에게 신뢰를 얻은 그녀는 호텔을 나와 사치에의 집에서 신세를 집니다. 그리고 사치에와 저녁 식사를 하는 도중 눈물을 흘립니다. 하지만 사치에는 그녀의 눈물을 묻지 않고 묵묵히 곁을 지켜 줍니다. 영화는 수다쟁이 미도리가 자신의 눈물을 이유를 말하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두 압니다. 다른 사람의 사연을 굳이 알지 않아도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미도리는 사치에에게 위로를 받고, 다음 날부터 활기찬 모습으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그녀는 상당히 정렬적인 사람입니다. 식당이 잘 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사치에게 건의하고, 사비를 털어서 핀란드 재료를 공수해 와 핀란드 사람의 입에 맞는 오니기리를 만들어보자고 이야기합니다. 또 공짜커피만 마시는 핀란드 청년에게 친구를 데려오라는 말도 합니다. 하지만 오타쿠에게 친구가 어디 있겠습니까. 핀란드 청년이 친구가 없다고 하자 미도리는 그의 곁에서 그의 친구가 돼 그와 놀아주기까지 합니다.
뭔가를 잃어버린 여자, 마사코
그리고 식당에 마사코가 등장합니다. 그녀는 표정이 거의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핀란드 사람의 순박함에 반해서 핀란드를 찾은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여행가방을 잃어버려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주변에서 가방에 담긴 중요한 물건에 대해서 걱정할 때 마사코는 "글쎄요..."라는 말을 하며 자신의 가방에 무엇이 들어있었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대화 속에서 자신의 양친이 깊은 병을 앓아 자신이 병간호를 했고, 아버지의 기저귀를 갈아줬다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상처에 매몰돼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다른 이야기를 꺼냈던 것뿐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사치에도, 미도리도 숙연해질 뿐 그녀를 직접적으로 위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마사코는 핀란드 사람의 여유가 어디서 오는지 궁금해합니다. 그러자 공짜 커피 청년은 핀란드인의 여유는 숲에서 온다는 말을 합니다. 그러자 마사코는 금장 나온 커피를 제대로 마시지도 않고 벌떡 일어나 숲으로 향합니다. 마사코에게서 여유를 찾는 일은 중요한 일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사코는 핀란드인의 여유를 키워줬다는 숲에서 노란색 버섯을 찾습니다. 그 버섯을 한가득 따왔는데, 오는 도중 버섯을 잃어버립니다. 그래서 일견 마사코가 치매기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녀는 계속해서 뭔가를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방이 찾아지지 않자 마사코는 미도리처럼 카모메 식당에서 일을 합니다. 그곳에서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고, 시나몬 롤을 먹고, 일식도 먹고, 사람들에게 음식이라는 평안을 제공하고, 그들도 재밌는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사코가 잃어버린 짐을 찾았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래서 식당을 떠나게 되는 마사코. 그런데 어렵게 찾은 그녀의 가방 안에는 그녀의 과거를 나타내는 그 어떤 물건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것에 들어 있던 것은 노란색 버섯. 핀란드의 여유의 이유였던 숲에서 찾은 바로 그 버섯입니다. 그녀가 잃어버린 줄 알았던 버섯이 여행가방에 들어있었던 것입니다. 마사코는 자신의 가방이 아니라서 다시 물건을 찾아야 하고, 물건을 찾을 때까지 카모메 식당에 있기로 합니다. 사실 그녀가 잃어버린 것은 단순히 짐이나, 그녀의 과거의 상징물들이 아닙니다. 그녀가 잃어버렸음에도 잃어버린 지 인지를 잘 못하고 있던 것, 그것은 바로 자아입니다. 마사코는 오랜 간병 생활을 했고, 제대로 된 보람도 없이 양친을 보냈습니다. 그러고 나니 그녀에게 남은 것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가방을 잃어버리고도 무엇을 잃었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무엇을 잃었는지도 모르는데 그녀는 그것을 계속 찾으려 합니다. 그리고 그 답으로 찾은 것이 샛노란 버섯. 어쩌면 작지만 노랗게 빛나는 버섯 같은 자아를 핀란드의 숲에서 찾아가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위로하지 않지만 위로가 되는 영화
영화 <카모메 식당>은 상처 있을 법한 일본인 여자 셋이 나옵니다. 그리고 지금 상처 입은 핀란드 여자 한 명이 나옵니다. 이미 과거에 상처를 입었고, 그 상처를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고, 스스로 묵히며 단단해 지길 원했던 세 여성은 핀란드에서 상처에 매몰되지 않고, 상처를 부정하지도 않고, 즐거움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슬픔에 당면한 핀란드 여자의 곁을 지키며, 그녀의 상처가 아물길 기다립니다.
영화 <카모메 식당>은 이상하게 힐링이 되는 영화입니다. 엄청난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는데 말입니다. 사실 상처가 있는 사람은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곁을 켜지는 사람이라면 상처를 인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긁어서 상처를 드러내서 따가운 소독약을 부어주는 것만이 위로는 아닙니다.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처럼 묵묵히 곁을 지키며, 함께 맛있는 것을 먹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큰 위로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화에서는 몽상이나 상상 같은 장면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나누는 경계가 불분명하고, 그것을 일부러 설명하려 하지 않습니다. 마치 영화에서 주야장천 보여줬던 위로의 방식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시청자의 입장에서 실제로 찾지 못한 노란 버섯도, 수영장에서 받는 모두의 박수도 굳이 현실인지 아닌지 구분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 또한 아직 문제를 껴안고 있는 우리에게 던지는 위로 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