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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 어린 심장의 지독한 사랑

by 아일야블로그 2024.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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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친절 했던 영화, 친절했던 남자.

일본의 유명 에니메이션 제작사인 지브리스튜디오의 장편 애니메이션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 다이애나 윈 존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전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대 성공 이후 선보여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인기는 없지 않았지만 영화를 본 직후 뭔가를 놓친 게 아닌가 하는 찜찜한 기분을 남긴 작품으로 회자되곤 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두 세 번 반복해서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분명 성이라는 고정 공간이 움직이는 신기한 점이 있고, 어린 소녀가 늙은이가 된 점, 그 저주를 풀어가는 흥미 진지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그보다 많은 뭔가를 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의구심은 영화루 두 차례, 세 차례 반복해 보면서 하나 둘 정체를 드러냅니다. 영화를 처음 본 사람들은 이 영화가 사랑에 미친 한남자의 처절한 몸부림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힘듭니다. 그것을 깨닫기에는 영화가 다소 불친절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이해하기 위해선 대단한 기억력 또한 요구 됩니다. 그럼 우리가 놓친 하울이란 남자의 처절한 사랑의 행보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합시다.

 

2) 마음을 빼앗긴 남자 하울, 어린 심장으로 사랑을 이어가는 것.

어린 시절 하울은 할아버지와 즐겨 가꾸던 초원에서 별똥별 무리를 만나게 됩니다. 아름다운 별똥별은 금세 땅에, 물에 닿아서 꺼져버리기 일쑤였고, 하울은 이것에 마음 아파합니다. 그리고 떨어지는 별똥별에게 자신의 심장을 내어주며 계약을 맺습니다. 별똥별은 하울의 심장의 생명력과 함께 꺼지지 않고 계속해서 빛을 냅니다. 그 순간 시간의 왜곡이 생기고, 그 왜곡의 틈으로 별빛 머리카락을 한 성인 여성이 나타납니다. 자신을 소피라고 칭하며, 하울을 꼭 만나러 다시 나타나겠다고 하는 여성. 하울은 이때 그녀의 주문에 빠져버립니다. 물론 호기심과 애정, 사랑의 마음을 가진 생태로 말이죠. 그렇게 하울은 시간의 문을 열고 온 여자 소피가 당연히 마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마법을 배우기 위해 마법학교에 가서 마법을 배웁니다. 마법을 배운 하울은 소피를 찾아 헤매고, 황무지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마법사인 황무지의 마녀에게 접근합니다. 그녀가 자신이 어린 시절 만났던 소피라고 착각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황무지의 마녀가 자신이 찾던 소피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하울은 황무지의 마녀의 마음만을 훔친 채 그녀를 멀리합니다. 그렇게 소피와의 만남을 기다리던 하울은 소피를 만났던 공간이 전쟁으로 훼손될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성에 마법을 걸어 움직이게 하고, 전쟁의 피해로부터 소피와 처음 만난 그 공간을 지켜내야 합니다. 그렇게 소피를 찾아 헤매던 하울은 남자들에게 희롱당할 뻔한 소피를 구합니다. 영화의 시작이기도 한 이 장면, 하울의 첫 대사는 찾아다녔잖아.”였습니다. 하울의 길고 긴 소원이 이뤄진 순간이었습니다.

 

3) 마음의 나이와, 마음의 무게.

 다음 만남을 기대했지만 소피는 하울을 찾아 헤매던 황무지의 마녀의 질투로 할머니가 되는 저주에 걸립니다. 사실 이 저주는 상당히 까다로운 저주인데, 정확히 말하자면 할머니가 되는 저주라기보다 마음의 나이로 비취는 저주일 것입니다. 아버지의 모자 가게를 이어 받아 꾸려나가던 소피는 그 나이 또래의 아가씨라고 보기엔 상당히 노숙해버린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마녀의 저주로 할머니가 되었을 때도 소피는 크게 놀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또한 언젠간 해결되리라는 믿음을 갖고, 황무지의 마녀를 만나러 갑니다. 할머니로 변한 자신의 모습에 이상하게도 빨리 적응을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하울을 만난 후 소피는 자연스레 젊어집니다. 하울로 인해서 희로애락을 느끼고, 울고 웃으면서 소피는 그 나이 또래 사람이 가져야 할 마음의 무게를 되찾게 되죠. 하울은 자신의 성에 찾아든 할머니의 모습을 한 소피를 자연스레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잠든 모습에서 할머니의 모습이 아닌 소녀의 모습 또한 보게 됩니다. 이것은 하울의 시선에는 마음의 무게에서 벗어난 소피의 진짜 모습이 보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소피는 셀리번 선생에게 가서 하울에 대한 마음을 고백할 때, 소녀의 모습을 급격하게 빨리 되찾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셀리번 선생에게 지적당하자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에게도 숨기며 할머니의 외양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하울에 대한 자신의 진짜 마음을 자각하고, 하울을 구하기 위해 모험을 감행하며 소피는 더 이상 할머니의 모습으로 있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캘시퍼가 하울의 심장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소피는 그와 캘시퍼의 계약의 비밀을 밝혀 하울을 구하려 합니다. 그렇게 시간의 문을 열고 들어간 소피는 하울이 캘시퍼와 계약을 맺는 장면을 보고, 이들의 계약의 비밀을 깨버립니다. 이렇게 다시 심장을 돌려받게 된 하울은 드디어 마음의 무게를 알게 됩니다. 지금까지 비어 있던 마음은 가볍게 누군가를 만나고, 가볍게 사람 사이를 스쳐 지났을 것입니다. 오로지 한 목적, 소피를 다시 만나는 것 외의 것에 둔감한 채로 말입니다. 하울은 이제 원래 자신이 가져야 할 마음의 무게를 찾았고, 소피 또한 자신에게 어울리는 마음의 나이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서로에 대한 사랑이었습니다.

 

"으윽 무거워."

"원래 마음은 무거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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