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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우 고스트_이보다 완벽할 수가 없다!

by 아일야블로그 2024.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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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없이 보는 게 포인트

인생 최고의 영화를 뽑으라면 저는 한참 고민하다가 <헬로우 고스트>를 뽑습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기대를 갖고 영화를 봅니다. SF를 볼 때는 상상을 뛰어넘는 스케일, 우주의 장엄함, 미래에 대한 저마다의 모습, 호러를 볼 때는 얼마나 무서운지, 간담이 서늘해지는지, 또 이 유령 혹은 귀신에 대한 서사가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 액션 스릴러를 볼 때는 또 그만한 기대치를 갖고 영화를 보는 것이 당연합니다. <헬로 고스트>는 영화를 보러 영화관에 앉는 순간까지 알딸딸한 기분이었습니다. 분명 고스트가 나오니 유령이 나오는 호러 영화 일 것 같은데, 귀신을 너무 해맑게 부르고 있는 게 아닌가! 또 주인공이 차태현 씨라면 너무 무서워서 못 볼 만한 그런 영화가 아닌 따뜻한 가족영화 일 것 같은데, 귀신에게 씌어서 고통받는 영화가 어떻게 가족영화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오묘한 의문을 가지고 한적한 영화관을 둘러봤을 때, 생각보다 대중성이 없는 영화구나!라는 생각을 갖고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그러나! OMG! 장르를 굳이 따지지 않고, 영화가 주고자 하는 강한 메시지를 들숨, 날숨, 가슴으로 느낀다면 어디 하나 빠질 게 없는 완벽한 영화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완벽한 구조력

영화의 시작은 상당히 우울한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대사나, 미장센, 세트 자체는 어둡지 않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 자체에 감정이 동화되지 않도록 하는 배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주인공 상만은 천애고아로 사고무탁한 상황입니다. 심지어 그는 가족에 대한 제대로 된 기억도 없습니다. 가족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인식도, 확신도 없는 상태를 뜻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내가 무엇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지, 어떤 사고와, 가치관을 갖고 살아야할지 아무것도 정립하기 힘든 상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결국 정서적, 인적 기반이 없는 상태의 상만은 상습 목숨 포기자가 됩니다. 그렇게 상만은 이번에도 여관에서 삶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고, 여관의 이름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한 여관 주인에 의해 한강변 어느 다리에 버려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그때부터 상만은 네 위의 귀신에게 씌게 됩니다. 유일한 여성 귀신은 계속 흐느끼며 울고 있고, 택시 찾아서 바닷가 가자는 아저씨 귀신, 카메라 찾자고 난리인 약간은 변태 느낌이 있는 귀신, 초딩 귀신까지. 이 귀신들은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으면 계속 붙어 있을 거라고 상만을 협박합니다. 졸지에 여러 귀신의 소원을 들어주게 된 상만은 귀신들의 억지 같은 소원을 하나하나 이루어줍니다. 그러다가 유치장에 갇혀버리는 신세가 되기도 합니다. 귀신들의 소원을 차츰차츰 이뤄 가고 있던 도중 간호사 정연과 가까워지는 상만은 그녀가 싸온 김밥을 통해서 자신의 어머니가 만들어준 미나리가 들어간 김밥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붙어있던 귀신의 정체까지 한 번에 알아차리게 됩니다. 예전에 영화와 관련된 강의를 들었을 때, 반전에 대해서 “작품 전체를 돌아보게 하는 힘”이라고 말씀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미나리 김밥이 반전의 힘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미나리 김밥의 등장으로 상만에게 씐 귀신의 행동 모두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늘 흐느끼는 귀신의 이유를 알게 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영화를 보면서 저도 눈물을 흘리게 되었습니다. 이런 완벽한 구조력! 엄청난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혼자가 아닙니다.

기억할 수 없어서 이 세상에 아무런 뿌리도, 근간도 기댈 정서도 없이 혼자인 줄 알았던 상만. 그래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를 반복했던 상만. 그런 그를 보면서 여자귀신은 등장부터 이야기의 끝까지 눈물을 흘립니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했고, 너를 사랑했고, 네가 힘을 내서 살아주길 바랐고, 너는 원래 사랑을 받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귀신들. 분명 눈에 보이는 가족은 없지만, 당장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눈에 보이지 않아도 당신을 응원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그것을 귀신이라고 생각하든, 영혼으로 생각하든, 조상귀라고 생각하든, 혹은 종교라고 하든, 당신은 살아남은 사람이기에 살아가는데 힘써야 합니다. 늘 응원하는 존재가 있으니까요. 사실 우리는 정말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임진왜란도, 병자호란도, 신미양요도, 일제강점기도, 6.25에서도 이겨낸 후손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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