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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피겨스, 숨겨지기엔 거대한 인물들

by 아일야블로그 2024.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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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이 멀어서 계산이 느린 거야, 이 바보들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늘 두 가지 생각이 들게 합니다. 현실이 사실보다 가혹하거나 행복할 수 있다. 이 평범한 내용이 어째서 영화의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점 말입니다. 사실 <히든 피겨스>(숨겨진 인물들)이란 영화가 저에겐 후자였습니다. 나사(NASA)라는 세계적인 우주 과학 연구기관에 흑인 여성들이 열심히 제 역할을 하면서 일했다 라는 사실이 왜 영화거리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과거 미국에서의 인종차별에 대해서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다만 그러한 아쉬움이 들 정도로 비정상적인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의문인 것입니다. 정말 나사 빠진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과거 신분제 시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부정의 적응기를 외면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현대인으로서 속상할 따름인 것입니다.

1960년대 미국은 베트남전쟁을 겪고, 소련과 냉전시대를 겪고 있었습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시대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시대였습니다. 그리고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공식적으로 인정되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흑인은 버스 뒷 자석에 앉아야하고, 유색 인종과 백인은 다른 화장실을 썼고, 같은 커피포트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조차 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백인들이 주로 다니는 교회가 있었고, 흑인들이 다니는 교회가 따로 있을 지경이었느니, 그들의 하나님은 한 분은 백인, 한 분은 흑인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흑인들은 자신들이 미국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내는 일에 열심이었습니다. 그 부분은 흑인 교회에서 목사의 대사와, 그들의 모임 등에서 자주 나타납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캐서린 존슨, 도로시 본, 메리 잭슨 세 흑인여성은 미항공우주국 나사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세 사람 모두 천재라는 별칭을 들을 만큼 뛰어난 머리를 갖고 있지만 그들은 계산 업무를 전담하는 계산원입니다. 이때, 정확한 계산을 하는 사람을 컴퓨터라고 불렀는데, 이 시대에는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컴퓨터의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시대였으므로, 단순 연산에서 정확도가 높은 사람, 기계를 이르는 말일 것입니다.

소련과 우주 경쟁이 한참일 때, 유능한 계산원이 필요했던 부서(백인들이 주로 근무하던 곳)에 캐서린은 부서이동을 하게 됩니다. 그녀가 했던 일은 발사될 우주선의 안전하게 궤도에 접어드는 지점과, 지구로 돌아오는 우주선의 입사각도와 위치를 정확히 계산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주선의 기체의 무게, 재료 등등이 끊임없이 변하고, 캐서린의 업무량도 그만큼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주 자리를 비웠습니다. 왜냐면 그녀는 약 800미터나 떨어진 건물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캐서린의 부재를 책망하는 상하에게 캐서린은 분노를 한바가지 쏟아내고, 그날 유색인종과 백인을 나누던 화장실은 없어집니다.

 

 

 

실제 이야기는 역사에 흔적을 남긴다.

캐서린은 우주선 궤도 계산에서, 도로시는 IBM 컴퓨터 도입으로 계산원이 사라지는 것을 걱정해 컴퓨터 언어를 팀원들에게 가르치고, 그녀 스스로 관리능력과 업무능력을 입증해내 유색인종 최초의 관리자로 진급하고, 컴퓨터 언어의 전문가가 됩니다. 그리고 메리 잭슨은 흑인 최초로 대학에서 엔지니어 관련 학위를 받고 엔지니어가 됩니다. 셋은 우주가 그러하듯 아무도 가지 않은 분야를 척척 개척해 나갑니다. 영화에서 자주 “look beyond”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거리 따위를 멀리 보다라는 뜻도 있지만 실체가 없는 일이나, 개념, 미래 등을 보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자신의 가치를 믿고, 현실에 갇히지 말고, 멀리 보라는 뜻이라 생각합니다. 영화가 말하고 싶은 주제도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너머의 가치를 보라.” 그들도 피부색과 성별에 갇힌 자신의 현실이 아니라, 그 너머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라는 존재, 그리고 에 시선을 맞췄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대의 폭풍을 당당하게 헤쳐나간 게 아닐까 합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나사는 그들의 공로를 숨기기 않았습니다. 캐서린은 97세에 우주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자유 훈장을 받았고, 나사에는 그녀의 공로를 기념하기 위한 기념관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이들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미국의 영웅이라서 한국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젠 숨겨진 인물들이 아니라, 알려진 인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것이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는 인종간 갈등을 유연하게 만들 유화제가 되길 바랍니다.

 

이 영화를 봤다면, 내 수학 성적은 1등급이었을 것이다.

혹시 자녀가 수학을 싫어한다면 이 영화를 꼭 보길 추천 드립니다. 수학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인지 저는 불행히도 학창시절에 알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영화를 볼 때까지도 몰랐습니다. 어떤 현상의 반복되는 패턴에서 공식을 찾아내고, 찾아낸 공식을 적용해서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왜 몰랐을 까요. 수학의 원리가 그러한 것임을 알았더라면 일찍이 수학의 정석이든 완전수학이든 미친 듯이 공부 했을 텐데 말이죠.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저는 이미 글렀지만 부디 저보다 더 먼곳을 볼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해,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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